문화재 지킴이를 자임하고 나선 한 비구니 스님의 노력으로 방치된 채 훼손되고 있던 국보 34호 창녕읍 술정리 동3층 석탑의 주변정비와 발굴 작업이 진행된다.
문화재청은 혜일 스님(창녕 관음정사 주지)의 1998년부터 6년 동안 동탑 유물 발굴 및 보존 활동을 근거로 최근 동탑 부지 매입비로 10억원의 예산을 책정하는 등 정비사업에 들어갔다. 혜일 스님의 동탑 순애보가 1천 2백여 년 간 방치됐던 동탑의 복원불사라는 엄청난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동안 동탑 보호와 복원을 위해서라면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줍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가지 않은 곳, 진정서를 내지 않은 곳이 없었을 정도였다.
이번 정비사업도 ‘불국사의 석가탑에 버금가는 동탑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며 청와대에 민원을 낸 것이 계기가 돼 군청의 도움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현재 동탑 인근 동탑보호소에 정진중인 스님은 매년 11월 7일 동탑제를 열고 동탑의 가치를 알리는 인쇄물을 직접 제작 배포하고 있다.
특히 스님은 지난 2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잠자고 있던 동탑 유물 14점을 찾아내며 탑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창녕문화원과 창녕군청 등에서 동탑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던 중 2001년 ‘탑에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졌으며 65년 해체 당시 진신사리 용구가 발견됐다’는 기록을 확인했다.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에 확인요청을 해봤지만 성과가 없자 참다 못한 스님은 2002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10일간 살다시피 하며 자료를 뒤졌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박물관은 올 2월 해체 복원시 옮겨온 유물 14점이 수장고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 날 탑 앞에 절하면서 엉엉 울었다”는 스님은 “부처님의 현몽으로 시작된 동탑과의 기이한 인연부터 현재까지 모든 일은 부처님의 가피로 가능했다. 앞으로 일명사가 있었다는 기록을 토대로 동탑이 온 국민들의 정신적 귀의처가 되도록 기도도량으로 조성되었으면 한다”고 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