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일간지나 방송 등에서는 불교계 유력 사찰 중 한 곳인 지방의 모 사찰 주지가 문화재 보수비를 보다 많이 책정받기 위해 전직 대통령의 처남을 통해 로비한 사건이 보도된 바 있다. 서민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액을 로비자금으로 주었다는 보도는 불자들의 억장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이로 인해 해당 사찰 주지가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문화재는 유구한 역사의 산물이다. 자연과 시대의 난관을 극복한 인간들의 정신을 투영하고 있기에 소중하며, 각 민족에 따라 독특한 민족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역사와 함께하는 불교문화는 이 민족의 보배이다. 특히 불교계에는 수많은 문화재가 전해오고 있는데 관리하는 일 또한 쉽지 않다.
세상사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할 때가 있고, 하고 싶어도 해선 안 되는 것이 있다. 그런데 세상의 사표인 승가의 지도자가 권력을 이용하고자 로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종교적 도덕성을 상실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문화재 보수비 분배체계가 그만큼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에 씁쓸하기도 하다.
썩어가는 전각이나 허물어져 가는 유물을 어찌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차라리 피눈물을 흘릴지언정 길 아닌 길을 가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이 불교가 이 나라의 백성들과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