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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 스님 법문 - 2
아래의 법문은 1998년 1월 1일 현대불교신문 수행한담 코너에 소개된 스님의 법문입니다.

【수행한담】월하스님<통도사 방장>

-“나라 어려움 이기려면 자기 직분에 충실해야” -
-“새대통령 삼독일으키지 않게 마음 다스리길” -
-“백 가지 말보다 한 가지 실천이 중요 합니다” -

<약력>
·1915년 충남 부여 生
·40년 통도사에서 보살계·비구계 수지
·55년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56년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통도사 주지
·58~80년 통도사 전계화상
·72년 통도사 조실
·75년 동국학원 이사장
·79년 조계종 총무원장
·93년 4월 조계종 종정 추대
·84~현재 통도사 정변전 주석

시간은 변함이 없는데 무인년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마음이 새로움으로 차 있습니다.

무인년 새해는 희망찬 출발이라고만 볼수없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할 지혜를 모아 나가야하는 중요한 때입니다. 현재 경제는 외국기관의 보조를 받고 있는 실정이고 보조를 받았으니 지시를 받아야 하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어요.

이럴 때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단결된 힘이 필요합니다. 요새 어느단체에서 반지 모으기 운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가진 사람이 모두 하나씩만 내놓아도 큰 힘이 될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사태까지 오게 된 그간의 행동을 반성하고 각자의 마음가짐을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지금의 어려움은 과거의 잘못된 행동에서 나왔고 그러한 잘못들을 바로 잡아나가야 하는 것이죠.

누가 누구를 탓하기전에 하나된 국민의 힘을 보여준다면 새롭게 시작되는 한해는 더욱 복되고 밝은 해가 될것입니다. 우리들의 마음따라 살림살이가 돌아가는 것이니 복된 새해 살림살이를 위해 우리 불자들부터 차근 차근 실천해 나가는 지혜를 보여야 할것입니다. 나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대안은 각자의 직분을 다하는 것입니다.

우선 출가자는 출가자의 직분을 다할 때 국가나 종단, 개인 모두에게 유익합니다. 스님이 나서서 나라를 위하는 선전을 하고 돈을 거두어 들이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자기 할 일을 잘하는 것이 더욱 나라를 위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공무원이라면 자기 맡은바 직분을 잘 행하는 것이 충성하는 길이지 대통령이나 높은 이에게 무엇을 갖다 주는 것은 사사로운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나라경제가 이렇게 어렵게 된 것도 각계각층의 공무원들과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자기 직분을 충실히 다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습니다.

저마다 자기 할 일은 충실히 하지 않고 자기이익만 바라니 뇌물을 주고 또 그 받은 것들을 잘못 사용하고 그렇게 부정부패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이제는 과감히 부정의 고리를 끊고 공무원은 공무원의 직분을, 승려는 승려의 직분을, 국민은 국민의 직분을, 대통령은 대통령의 직분을 다하는 것이 바로 나라를 안정시키고 맑게 정화하는 길입니다.

우리는 전두환, 노태우 前 대통령이 집권당시 저질렀던 부정으로 옥고를 치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한순간 마음을 잘못 써서 대통령으로서 직분에 어긋나는 사사로운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새로운 우리나라의 통치권자가 된 대통령은 욕심을 버리고 정직하고 바르게 대통령의 직분을 지켜나가기를 바랍니다. 자기의 위치에 주어진 돈을 개인의 돈으로 알고 함부로 사용하거나 축재해서는 안되는 것이죠. 자기에게 왔다고 자기것으로 알면 그것은 잘못입니다.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새 대통령은 부처님 말씀의 탐·진·치 삼독을 일으키지 않도록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며 가다보면 그 이상 잘 하는 대통령이 없다 할만치 될것입니다.

부처님 말씀은 경전에 많고 숱하지만 인간살이에서 중요한 것은 간단한 것에서 출발합니다. 정직하게 살고 남에게 지탄받지 않도록 사는 것 그것이 우선합니다. 정직하고 바르게 사는 것에서 출발해서 더 여력이 있어 남을 도우며 살아간다면 더할나위가 없지요.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 했듯이 자신의 실천으로 보리를 구하면서 중생들에게 이익되게 사는 것이 바로 불제자의 도리라고 봅니다.

요즘은 내 젊은 시절에 비하면 살기는 풍족해 졌는데 나누는 것에는 인색합니다. 그것은 모두 욕심으로 꽉 차있기 때문입니다. 욕심을 줄이고 다른 이에게 줄 수 있는 마음으로 바꿔 나가야 하거든요.

육바라밀에도 있듯이 보시의 공덕은 한량없는 것입니다. 보시한다는 생각조차 없이 보시해야 합니다. 무엇인가를 베풀고 나서 ‘내가 주었는데, 내가 이만큼 베풀었는데’라는 생각에 붙들려 있다면 그것은 참다운 보시라고 볼수 없습니다.

무엇을 도와주었다거나 해주었다는 생각도 없이 어려운 이들의 힘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보시의 공덕입니다. 물질이 없다면 마음이라도 힘이 되어야죠. 오히려 이 마음은 더 강력한 힘이 됩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그렇게 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 귀감이 되는 행동을 한다면 자신도 그렇게 되도록 원을 세워야 합니다. 그것이 인이 되어 여건이 맞으면 행으로 실천하는 때가 오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베푸는 것은 자신의 수행에도 도움이 되고 자신만이 느끼는 기쁨을 맛보게도 해줍니다.

돌이켜보면 내가 출가자의 길을 선택해 그나마 개인의 욕심에 매이지 않고 살아가게 된 것이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나의 출가는 현상계로 짚어보면 특별한 이유 없이 이루어졌지만 참으로 고마운 인연입니다.

내 고향은 부여인데 그곳에 가면 고란사라는 절이 있어요. 어려서부터 고란사에 종종 가곤 했는데 갈때마다 공연히 그곳이 좋아보이고 그랬어요. 그리고 스님네들을 보면 그때 생각으로 ‘사람은 다 우리와 같은 사람인데 어째서 이런곳에서 사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스님네들의 생활이 퍽 고상해 보이는 데다가 ‘아무나 이런데 와서 사는것도 아니고 어째서 이런데 와서 사는가’하는 의문이 항상 들었어요.

그러다 18세 때 ‘나도 절에 가서 절 생활을 해봐야 되겠다’고 결심하고 한달가량 절에 가 있는다고 한것이 그냥 이렇게 되었습니다.

절에 온 이후 속가 부모님께 세 번이나 붙잡혀 갔었습니다. 잡혀가도 하룻밤 자고 도망치듯 나오니까 결국 부모님은 그렇게 세 번을 하시다가 포기하시더군요.

그 이후 부모님께서 차례대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그때는 한편으론 ‘이제는 잡으러 와 줄 이도 없구나’ 하는 허전한 맘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한가지 걱정을 잊어버린 듯 하더군요.

출가해서는 은사이신 구하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도반들과 함께 무조건 시키는대로 했습니다. 은사스님의 말씀이라면 힘들다 어떻다 이유는 꿈도 못꿨어요. 스님의 말씀이 곧 부처님의 말씀이라 믿고 그대로 따른것입니다.

구하스님께서는 항상 “부처님의 말씀에 어긋나지 않고 대중에게 지탄받지 않게 수행하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이 가르침은 실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요. 언행 하나 하나에 마음을 쏟아야 가능한 일이라… 그대로 그저 그 가르침에 따르기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행여 부족한 면이 있으면 더욱 분발하려고 애를 썼지요.

요즘은 자유로워진 시대분위기를 타고 수행풍토가 많이 무너졌지만 그때는 철저했거든요. 요사이 출가한 이들을 보면 수행력이 무너진 정도가 아니라 엉망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행은 개인의 몫인데 일일이 나서서 간섭할수도 없는 것이고 개인 각자가 부처님말씀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거든요.

출가자들이 각성을 하고 수행에 전념하지 않으면 불교의 맥이 끊어져 버리
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말씀대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불교지 다른 말을 갖다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보살계받은 이들은 보살계의 정신에 입각해서 생활하고 부처님 말씀에 가깝게 행동하려고 노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불교를 살릴수 있고 수행풍토를 되살릴수 있는 첩경입니다. 또한 종단차원에서도 행정 포교 교육 등 각 방면으로 부처님 말씀에 저촉안되게 해서 수행력을 높여야 해요.

그래야 다른 대중들의 모범이 되는 것이고 효과도 극대화 됩니다. 그 실천력만이 허물어진 수행풍토를 다잡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수 있게 할 것입니다. 종단자체의 수행풍토가 허물어져 있다면 더 이상 할말이 없는 것이죠.

수행풍토가 허물어지니 저마다 자신들이 잘났다고 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려 들지 않고 자신들 편한 대로 갖다 붙이려 드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됩니다. 다양화된 시대에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죠. 그러나 서로 옳고 잘났다고 주장하는 가운데서 싸움이 일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어 세상의 많은 문제점들이 생기고있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문제들을 가만히 살펴보세요. 모두 자신이 잘났다고 내세우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안됩니다. 우리는 자신부터 한번 더 돌아보고 반성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왔는지, 입으로만 불법을 말하지는 않았는지 살피는 가운데서 자신을 내세우는 마음이나 다른 이에 대한 원망보다는 자신을 낮추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게 됩니다. 다른 이들이 자신의 생각에 반하는 언행을 해도 자신을 낮추고 받아 들이게 되는 것이죠.

흔히 아상을 없애야 한다고들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아상을 여의는 공부를 하라고 하셨는데도 출가자나 재가자를 막론하고 오히려 아상만 높이고 있는 듯 합니다.

단순히 자신을 낮추는 것뿐 아니라 나라고 내세우는 생각조차 없애는게 진정한 하심(下心) 입니다.

나는 요즘도 대중공양을 같이 하고 있는데 걸어 다닐 수 있는 한은 대중들과 함께 공양할것입니다. 나라고 특별할 것도 없고 혼자 따로이 상을 받는 것은 표본도 아닙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자기가 주지만 되어도 독상을 받고 다른 상보다 잘 차려먹고 자기 생일이라고 신도들이 해주는 특별상을 받고 하는데 그건 부끄러운 일입니다. 생일의 공덕은 부모님의 몫이지 자신의 몫이 아닙니다. 부모의 은혜를 아는 사람은 그러질 못할것입니다.

나도 생일이면 밑에 권속들이 생일이다 해서 자리를 마련하려고 해서 피해다니곤 하다가 이제는 그것마저 번거로와 그럭저럭 지내기는 하지만 마땅치 않은 일입니다.

많은 이들이 자나칠 정도로 대접받기를 원하는데 그것은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먼것입니다. 나는 내 거처 주변의 잡다한 일들은 가능한 내 손으로 하고 있어요. 그것은 내가 무슨 일을 잘해서가 아니고 남의 손이나 생각을 빌려면 내가 하는 것보다 열번은 더 일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움직일 수 있을때까지는 움직이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실천하다가 가야죠. 백가지 말보다 한가지의 실천을 생활속에서 이루어 내도록 노력하는 불자들이 되어야 겠습니다.

부처님 가르침 중에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는 말씀이 있어요. 나무에서 떨어진 잎은 반드시 나무뿌리로 돌아간다는 뜻이죠. 이처럼 자신이 나온 근본처에 대한 간절한 귀의가 자연의 이치라는 가르침입니다. 이처럼 철저하게 자기 근본처에 귀의하고자 하는 수행을 핵심으로 삼는 것이 불교입니다.

세상살이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나 부모 등을 중히 여기며 살아가지만 출가자는 그러한 현실적인 것들을 희생하면서까지 본래 밝아있는 성품을 찾고자 매진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재가불자들도 마찬가지예요. 자기 성품을 밝히는 일에 간절한 일념으로 정진해야 합니다.

자기 성품을 찾기 위해서는 단순히 복을 짓는 시주와 불사금 동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때때로 ‘시주했으니 복받겠지’하는 그 교만한 맘으로 자
칫 오히려 성품을 밝히는 일에서 멀어지기도 합니다. 복의 인을 지으면 복의 과를 받게 되므로 자신의 불성을 밝히는 노력이 흐릿해져 버리기가 쉽지요. 편안히 살고 많은 사람들이 떠받들어주면 참선하고 염불할 생각조차 나지 않게 된다는 말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에 선도 악도 짓지말라는 말씀은 바로 이러한 인연으로 과를
받아 수행하는 데는 방해가 되는 것을 경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복을 짓고 복을 받는 것에 그치지 말고 육체가 살아있는한 지극히 염불하고 참선해야 합니다.

불제자는 마땅히 불성을 밝히는 노력으로 자신의 성품자리를 찾고야 말겠다는 대발심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래서 삶속에서의 실천을 통해 마침내 부처님과 같이 영원한 대자유인이 되는 길을 묵묵히 가야 할 것입니다.
김두식 기자 | doobi@buddhapia.com
2003-12-04 오전 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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