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 장철문 글/송수정 그림/어린이중앙/7천원
<향기로운 부처님 나라> <아름다운 부처님 나라> 윤승운 글ㆍ그림/동쪽나라/각 권 8천5백원
<달라이 라마> 김영만 글/조은숙 그림/꿈동산/7천5백원
<구운몽> 김만중 지음/고향란 엮음/김담 그림/청솔/7천원
주말, 자녀의 손을 잡고 서점에 간다. 어린이 출판 코너에서 이 책 저 책 뒤적이는 아이 곁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린이 불서를 찾아본다. 그러나 애써 관심을 갖고 찾아보아야 한두 권 겨우 눈에 들어올 뿐, 수많은 책 가운데 불교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진열되어 있는 책은 몇 년 전에 나온 책이거나, 그림이나 디자인이 눈에 차지 않는다.
이렇듯 협소한 어린이 불교 출판 시장에 대해 부모들은 ‘왜 불교계에서는 양질의 불교서적을 만들어 내지 않느냐’고 질책하고, 출판사들은 ‘일반책에 비해 2~3배나 비용을 투자해 어린이책을 만들어도 읽는 사람이 없다’고 독자를 탓한다.
최근, ‘만성적 불황’이라는 출판계에, ‘가뭄에 콩 나듯’ 선보였던 어린이 불서가 연이어 출간됐다.
<나쁜 녀석>은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담고 있는 불교 경전 <자카타>에서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새롭게 펴낸 책이다. ‘나쁜 녀석’이란 이름을 가진 소년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이름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끝에, ‘이름에 상관없이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비롯해 재미있게 읽고 지혜와 자비의 마음을 기를 수 있는 열 편의 이야기를 실었다.
야자열매가 떨어지는 소리를 땅이 무너지는 소리로 오해한 토끼 때문에 숲 속 모든 동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무작정 달리게 되는 ‘땅이 무너진다!’, 겁 많은 멧돼지들이 용기를 가지고 포악한 호랑이에 맞서는 ‘목수돼지’, 간교한 꾀로 물고기들을 잡아먹는 해오라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게의 모습이 흥미로운 ‘해오라기와 게의 한판 승부’ 등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지은이는 7개월 동안 미얀마에서 불교명상을 하면서 틈틈이 수집한 불교 이야기 중에서 어린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것들만 추려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썼다. 그림은 유네스코 주최 노마콩쿠르에서 <표범의 얼룩무늬는 어떻게 생겼을까?>로 입상한 그림작가 송수정 씨가 그렸다.
<향기로운 부처님 나라>와 <아름다운 부처님 나라>는 순천대 만화예술학과 교수인 윤승운 화백이 그동안 여러 잡지에 연재했던 것 중 불교 관련 만화만 모아 펴낸 책이다.
1권 <향기로운 부처님 나라>는 인도, 중국편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과 깨달음을 얻는 과정, 제자들과의 일화를 소개한다. 또한 조주선사와 달마대사 등 중국 선사들의 일화도 만화로 꾸몄다. 2권 <아름다운 부처님나라>에서는 우리나라 편으로 자장율사와 진표율사의 이야기를 비롯해 갑사와 내소사 법당, 전등사 은행나무에 얽힌 설화를 만날 수 있다.
‘두심이’와 ‘암행어사 누렁이’, ‘맹꽁이 서당’ 등을 통해 ‘명랑만화 1세대’로 불리는 윤 화백의 정겨운 그림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일생과 철학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린 <달라이 라마>는 달라이 라마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망명정부의 지도자로서 티베트 해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가 걸어온 생애를 그리고 있다.
끊임없이 현대문학으로 재생산되어 온 김만중의 ‘구운몽’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태어났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새롭게 읽는 좋은 우리 고전’ 시리즈 12번째 작품 <구운몽>은 육관 대사의 제자였던 성진이 잘못을 저질러 인간 세상에서 양소유로 다시 태어난 후 높은 벼슬에 오르고 아름다운 부인을 얻어 행복하게 지내지만, 그것이 모두 하룻밤의 허무한 꿈임을 깨닫는다. 꿈에서 깨어나는 것, 즉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불교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