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을 상대로 국정원 등 정부 기관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본보 기사와 관련, 불교환경연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진상을 밝히고 공식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불교환경연대는 12월 3일 만해교육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제(12월 2일)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회의가 열렸으며, 이 회의에 참석한 본사주지스님들에 따르면, 회의가 열리기 수일 전부터 시장ㆍ군수와 경찰서장, 국가정보원 직원, 문화관광부 직원이 찾아오거나 전화를 해 정부의 방침에 협조해달라는 요지로 본사 주지 스님들을 회유하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 주지 스님은 ‘국정원 사람이 찾아와 공사 중단으로 피해가 크다, 조속히 공사가 재개되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불교환경연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국의 모든 교구본사주지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회유하고 압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불교환경연대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ㆍ보안 및 범죄수사를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 직원까지 동원돼 스님들을 회유하고 압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보며, 노무현 정부가 과거 공작정치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행자부ㆍ경찰청ㆍ문광부ㆍ국정원 등을 동원해 불교계 회유ㆍ압력에 대해 진상을 밝힐 것 △참여정부는 불교계 회유ㆍ압력에 대해 공식 사과할 것 등을 요구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국정원ㆍ경찰청 등을 동원해 본사주지스님들 회유ㆍ압력,
노무현 대통령은 진상을 밝히고 공식사과해야 한다
우리 불교계는 지난 2년여 동안 시민·환경단체, 지역주민들과 함께 북한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에 대한 반대활동을 펼쳐왔다.
국립공원의 훼손, 수행환경의 침해, 서울북부 노원ㆍ도봉지역의 대기오염 가중 등을 염려해왔다. 이에 따라 대안노선을 채택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해왔으며, 마침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공약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TV 대담프로에 출연하여 "북한산 관통노선을 백지화하고 대안노선을 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불교계를 한낱 대통령 당선을 위한 정략적 수단으로 본 얕은 꼼수였음을 스스로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불교계가 노무현 정부를 '반환경 반불교' 정부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저항하자 시장·군수와 경찰서장을 동원해 불교계를 회유하고 압박하는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특히 국가정보원 직원까지 이 같은 일에 나서고 있는 것은 충격적인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어제(12월 2일)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회의가 열렸으며, 이 회의에 참석한 본사주지스님들에 따르면, 회의가 열리기 3~4일 전 시장·군수와 경찰서장, 국가정보원 직원이 찾아오거나 전화를 해 정부의 방침에 협조해달라는 요지로 본사주지스님들을 회유하고 압력을 행사했다.
한 주지스님은 "국정원 사람이 찾아와 '공사 중단으로 피해가 크다. 조속히 공사가 재개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불교환경연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국의 모든 교구본사주지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회유하고 압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과 군수는 해당 지자체의 예산편성과 집행권, 각종 인·허가권, 경찰서장은 정보 수집과 법 집행권을 지닌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지위이다. 국정원은 예산과 조직, 직무에 관한 사항이 비밀에 부쳐지는 정보·권력기관이다. 과거, 막강한 정보력과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민들 위에 군림했던 기관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이런 사람들이 정부 방침에 협조해달라는 것은 듣기 좋은 말로 협조이지 회유와 압력의 행사이다.
우리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보안 및 범죄수사를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 직원까지 동원되어 스님들을 회유하고 압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보며, 노무현 정부가 과거 공포·공작정치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정권을 위한 국가정보원 시대를 끝내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국정원 시대를 열자"고 지난 6월 20일 국정원을 방문해 했던 노 대통령의 말이나, "권력기관에서 탈피, 전문성 있는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해 국정원의 탈권력화를 실현하겠다"는 고영구 국정원장의 보고는 허언이었단 말인가.
북한산 관통도로 문제를 논의할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회의를 앞두고 시장·군수와 경찰서장,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의 직원들을 동원한 불교계에 대한 회유와 압력 행사는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행자부ㆍ경찰청ㆍ문광부ㆍ국정원 등을 동원하여 불교계 회유·압력에 대해 진상을 밝혀라.
-노무현 대통령은 불교계 회유·압력에 대해 공식사과하라.
불기 2547(2003)년 12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