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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삶의 지혜> 펴낸 이규경 화백
“거창하게 ‘명상’이라고 이름은 붙였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제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솔직하게, 느낀 대로 그렸습니다. 제 그림을 보며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유쾌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화가 이규경(51) 씨가 ‘몸’과 ‘마음’, ‘복’ 세 권으로 나누어진 <명상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삶의 지혜> 시리즈를 펴냈다. 지난해 선보인 <배고프면 밥먹는다>를 대폭 보완해 펴낸 이 책은 시처럼 짤막한 동화와 단순하고 귀여운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 짧지만 입가에 웃음이 맴돌기도 하고, ‘아, 그렇구나’하며 무릎을 치게 하는 깨달음도 담겨 있다.

“처음 제가 이런 그림을 그렸을 때만해도 시도, 소설도, 동화도 아닌 ‘이상한’ 장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하는 카툰들이 많은 사랑받고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그의 그림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부터 연재해오고 있는 쌍용그룹 사외보 <여의주>의 ‘웃음 속의 생각’ 코너 덕분이다. 매달 그의 그림을 오려 학생들을 위한 교재로 사용한다는 초등학교 선생님부터 ‘읽고 나서 마음이 훈훈해졌다’는 중년의 남성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에 매혹됐다. 읽는 데는 일 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네 장의 그림 속에 깨달음을 담기 위해 그는 남의 글을 많이 읽고, 일상의 소소한 일들도 자세히 관찰한다.

“처음에는 아이디어 얻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소재나 주제를 찾기도 어려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을 짧은 그림에 어떻게 담을까 고민도 많이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꽃을 보고 ‘아! 꽃처럼 살면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법이 하나로 돌아간다는 ‘만법귀일(萬法歸一)’이라는 부처님 말씀을 되새기고 나니 글 쓰는 것이 편안해 졌습니다.”

사실 군더더기 없는 필체와 간결한 선으로 이루어진 그의 그림은 ‘쉽게’ 보인다. 그러나 그는 “스케치는 감각적이고 즉흥적이지만, 색칠은 과학적”으로 한다. 보는 사람이 편안하면서도 정겨움을 느낄 수 있도록 그림 도구들을 앞에 놓고 하루 종일 고민할 때가 많다. 매일 같이 색을 대하는 그에게 물감과 크레파스는 지혜를 가르쳐준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다보면 물감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물감은 각자의 개성과 색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놓여 있으면 잘 어우러지지만, 초록색과 빨간색 같은 보색관계는 보는 이로 하여금 피로를 느끼게 하지요. 자신의 개성과 주장을 조금만 양보한다면 훨씬 조화로운 관계가 될 것입니다.”

오늘도 “너무 완벽한 색과 선을 만들어내는” 컴퓨터 대신 “조금 실수해도 여유롭게 용서할 수 있는”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에게서 삶의 지혜와 깨달음이 절로 묻어난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3-12-03 오전 8: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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