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사유(思惟)하는 모습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조각이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과 불교의 ‘금동반가사유상’이다. 특히 ‘반가사유상’은 부처님이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한 깊은 의문을 가지고 보리수 아래서 명상하는 모습을 담은 조각상이다. 인류의 정신적 스승인 부처님의 초발심이 모든 수행자들에게 귀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 진 듯 하다.
이런 의미의 ‘반가사유상’을 작가 김현아는 수묵이라는 전통적인 기법으로 한지위에 펼쳐 놓았다. 마치 탁본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기법이다. 단아한 자세로 턱을 고이고 있는 ‘반가사유상’ 특유의 자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 화면에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얼핏보면 조각과 회화란 별개의 장르를 통해 나투어진 ‘반가사유상’은 겉모습에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반가사유상’을 그리면서 김현아씨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경계(境界)의 미학’이다. 즉 감상자가 눈에 보이는 형상 이외에 느낄 수 있는 무한한 감동과 여운을 말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에 김씨가 내놓은 작품 제목 마다에는 ‘경계’란 단어가 붙어있다.
김현아씨는 “나는 ‘금동반가사유상’의 모습에서 단순히 우리 전통문화유산이기 전에 명상 수행을 통한 인간의 경계지향적인 실천 모습을 보았다”며 “인간의 정신적인 경지를 담고 싶은 의지가 ‘반가사유상’을 작업 소재로 선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 9일까지 서울 인사동 공평아트센터에서 열린다. (02)733-9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