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박물관이 유물 수집·일반인 교육 등 공공적 성격을 띠고 있으나 운영은 일방적으로 사찰 자력에 맡겨져, 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와 중앙종회 사회분과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성보박물관 현황 조사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운영중인 16개 성보박물관 가운데 전시실 외에 일반인 교육이 가능한 자료실이나 강당을 모두 갖춘 곳은 6곳에 불과하다. 또 예산부족으로 박물관 4곳에서는 학예연구원을 임용하지 않고 있고, 학예연구원이 있는 곳도 대부분 1~2명에 불과해 전문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박물관 건립 시 수장·방범·화재·전시시설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점검이 없고, 건립 후 운영계획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충분한 계획 없이 건립에만 중점을 둬, 박물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유물창고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물을 보유하는 양은 많으나 보관시설미비로 오히려 유물이 훼손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항온·항습·화재예방 시설 가운데 하나 이상의 시설을 갖추지 않은 박물관도 4곳에 이른다.
보고서는 성보박물관의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운영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성보박물관의 공공성을 활용하고 국가가 운영을 위한 지원해야 한다고 밝힌다. 불교문화재는 특정 종교문화유산의 의미 뿐 아니라 민족문화유산이므로 성보박물관 운영은 국가차원의 운영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문화관광부·문화재청·국립박물관 등과 협의해 성보박물관에 대한 정기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립초기부터 운영계획의 타당성을 건립하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이 건립되면 불교중앙박물관으로서 지방성보박물관에 대한 활성화와 지도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성보박물관의 전문성 강화부분도 제기된다. 각 사찰별로 성보박물관의 특색을 살리고, 학예연구원 채용과 재교육, 문화재 보수 처리자 양성, 박물관장·학예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
보고서는 성보박물관 모범운영사례로 통도사 성보박물관을 꼽고 있다. 1300여 평 규모의 박물관에는 학예연구사 5명을 포함해 21명의 인원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박물관으로는 유일하게 마련돼 있는 12m가 넘는 괘불 전시대다. 현재 전국 각 사찰에 있는 대형괘불을 40년 계획으로 교체 전시할 예정으로 지금까지 열 번의 괘불탱 특별전을 개최했다. 이외에도 통도사 성보박물과은 문화자원봉사회, 박물관 문화학교, 통도사 박물관 대학 등을 운영해 지역민이 참여하는 복합적 사회·문화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성보박물관은 국·공립 박물관에서 보관하지 못하는 성보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1990년 3월 법주사 성보박물관이 개관한 것을 시작으로 1995년 순천 송광사 16조사진영도(보물 제1043호) 도난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 교구본사에서 운영 중인 성보박물관은 현재 운영 중인 16개소와 개관을 준비하고 있는 14개소 등 총 30개소이다. 개관을 준비 중인 성보박물관 가운데는 금산사·선운사 등 건물은 완공했으나 개관이 지연되는 5개소와 불국사·봉은사·기림사 등 설계 혹은 공사 중인 박물관 9개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