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세요. 그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서광 스님 특강 중에서)
11월 25일 서울노인복지센터(관장 지완) 강당. 한 비구니 스님이 2백여 명의 노인들 앞에서 열강을 하고 있다. 노인들도 강의가 무척이나 재미난 듯 눈을 떼지 못한다. 서광 스님(미국 보스턴 서운사 주지)의 이날 강의 주제는 다름 아닌 ‘연애’다.
스님의 강의는 참석한 노인들로부터 연애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것으로 시작됐다. “스님, 사랑을 해 봤습니까?” “사랑과 연애는 어떻게 다른가요?” “노인들의 성(性)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님은 노인들의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질문들을 웃으며 칠판에 받아 적었다.
스님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로 질문을 풀어나갔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사랑도 마음이 동하여 생기는 것이지요.” 사랑과는 전혀 거리가 먼 비구니 스님이라고 생각하던 노인들도 스님의 강의에 점점 빠져들어 갔다.
연애를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등 자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스님의 말에 노인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님은 ‘윤회’로 강의를 갈무리 했다. “우리가 사랑을 통해 좋은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다음 생애의 더 좋은 인연을 만들기 위함 입니다.”
이날 스님이 강의에 나선 것은 다양해지고 있는 노인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회에 조금이라도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스님의 강의에는 더 큰 의미가 부여된다. 바로 종교 사회복지에 있어 막둥이였던 불교복지가 노인문제를 심도 있게 파고들어 시의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스님의 강의를 귀를 쫑긋 세우고 듣던 노인들. 삶과 사랑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얻은 듯 오랜만에 이마의 주름이 펴지고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