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경쟁력으로 인정받는 시대다. 한 자 한 자 뜻을 새기며 책을 읽는 행위 또한 ‘시간낭비’거나 ‘비효율적인 독서’로 취급받기 일쑤다.
이러한 독서문화에 반기를 든 책이 바로 <천천히 읽기를 권함>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 야마무라 오사무는 ‘책을 읽는 방식은 삶의 방식이므로 책을 천천히 읽자’는 주장을, 주장의 방식으로가 아니라 자신의 독서 체험을 통해서 풀어내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세 번째 읽었을 때 비로소 자신을 감동시킨 한 구절을 발견하게 된 경험을 토대로, 천천히 읽을 때 진정한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천천히 책을 읽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읽는 방법에 따라 책 자체의 의미와 재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지은이가 처음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문학사가인 에밀 파게 역시 <독서술>이란 책에서 “읽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우선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한다. (중략) 스스로 배우기 위해서도 또 그것은 비평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천천히 읽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은이는 단지 ‘천천히’ 읽기만을 권하는 것일까? 지은이는 몸의 리듬, 마음의 속도에 맞춘 책읽기를 통해 삶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읽기가 ‘일’일 수 없고 ‘일’이어서도 안된다는 이 간명한 사실을 이 책은 깊이 있고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천천히 읽기를 권함
야마무라 오사무 지음, 송태욱 옮김
샨티
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