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화ㆍ정대 스님의 입적으로 불교의 장례의식 '다비(茶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다비란 무엇이며,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 알아본다.
불교의 장례의식 중에서 특히 화장의식을 가리키는 말이 다비이다. 단순히 시신을 불사르는 것이 아니라 불교적 가르침이 담겨 있는 의식이기도 하다. 다비는 범어 쟈피타(Jhapita)의 음역으로 화장을 일컫는 말이다. 사비ㆍ사유ㆍ아유라고 쓰기도 한다.
다비는 선업(善業)을 닦아야 극락왕생할 수 있다는 불교의 생사관에 입각한 장례절차라는데 큰 뜻이 있다. 불교에서는 지(地)수(水)화(火)풍(風)으로 육신이 이루어진다고 정의내린다.
<아함경>에서는 ‘4대(大)를 받은 사람은 목숨을 마치면 지대(地大)는 땅으로 돌아가고 수대(水大)는 물로 돌아가며 화대(火大)는 불로 돌아가고 풍대(風大)는 바람으로 돌아간다. 모두 무너지고 부숴져 모든 기관은 공(空)으로 돌아간다’고 열반의 길을 설명한다.
자연으로 돌아감으로 죽음을 끝이 아니라 또다른 인연의 시작으로 보는 불교의 시각은 다비식을 새로운 삶으로 통하는 엄숙한 문으로 여긴다. 다비의식의 과정은 다비장 조성에서 쇄골과정에 이르기까지 매우 복잡하다. 다비의식을 상세히 기록한 문헌은 없으며, 전래되는 관습에 따라 다비장 설치와 의식이 행해지고 있다.
다비장은 연꽃모양으로 조성되는데 먼저 터를 고른다. 그 뒤 동·서·남·북·중앙의 다섯 부처님(오방불, 五方佛)께 귀의하고 사리 수습을 위한 오방수(五方水)를 묻기 위해 땅을 십자로 파 오방수 항아리를 묻고 기름을 뿌린다.
둥근 구릉에 푹 파묻힌 형세인 다비장의 연화대는 높이 60cm가량으로 밑바닥은 구멍뚫린 철판, 위는 콘크리트, 가운데는 법구가 모셔질 빈공간을 남겨두고 조성한다. 그런 다음 연화대는 다비식날 법구가 들어갈 입구만 남겨놓고 높이 2.8m, 직경 5m, 둘레 10m 정도가 되도록 참나무를 층층히 쌓는다.
참나무 더미를 짚으로 그 둘레를 쌓고 가마니를 씌운 후 기름을 부어 배도록 한다. 연화대를 다시 흰색 무명천으로 빙둘러 감싸고 그 위에 창호지를 바른다. 그 위에 연잎을 덮는 것으로 다비장 준비작업이 끝나게 되는데 연화대는 말그대로 큰 연꽃이 된다. 다비장의 조성과정과 규모는 경우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가 있다.
다비장을 연꽃모양으로 꾸미는 것은 극락세계에서는 모든 중생이 연꽃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고 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구가 이운의식을 거쳐 다비장에 도착하면 제문낭독을 한다. 이어 법구를 연화대에 넣는 입감의식을 거쳐 불경이 독송되면서 참나무에 불을 붙이는 거화, 이를 연화대에 붙이는 하화가 거행된다.
이 때 거화편을 염송한다. ‘이 불은 삼독의 불이 아니라 여래일등삼매(如來一登三昧)의 불이니…, 이 빛을 보고 자성의 광명을 돌이켜 무생을 깨달으라.’
불은 1월·5월·9월에는 서쪽부터 거화하고 2월·6월·10월은 북쪽부터 놓으며 3월·7월·11월에는 동쪽에서부터 놓고 4월·8월·12월에는 남쪽에서부터 놓는다.
이어서 불이 타면 아미타불을 모신 미타단에서 불공을 드리고 죽은 이의 영혼을 저 세상으로 보내는 봉송의식(奉送儀式), 죽은 이의 영혼이 새로운 옷을 갈아입을 것을 바라는 창의의식(唱依儀式)을 행한다.
법구가 어느 정도 타면 뼈를 뒤집는 기골(起骨), 완전히 다 타서 불이 꺼지면 재 속에서 뼈를 수습하는 습골(拾骨), 뼈를 부수는 쇄골(碎骨), 마지막 재를 날리는 산골(散骨)의식을 차례로 행한다.
‘한번 뒤집으니 허망한 몸뚱이가 마음대로 구르며 찬바람을 일으킨다. 취해도 얻지 못하고 버려도 얻지 못하니 이것이 무엇인가. 뜨거운 불 속에 한 줌의 황금뼈를 이제 쇠소리가 찡그렁하며 뼈들을 부수어 청산 녹수에 뿌리노니 불생불멸의 심성만이 천지를 덮고도 남음이 있음이다.’
이렇게 법열의 환희심이 다비장을 가득 메우는 가운데 환귀본토진언(還歸本土眞言) ‘옴자나 사다모’를 염송하며 영가가 보련대(寶蓮臺)에 오를 것을 발원한다.
월인스님의 영가시어(靈駕示語) 한 구절은 다비의식의 의미와 염원을 간결히 전해준다.
“법신은 온 세계에 가득차서
인간과 천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물따라 달 그림자 못 속에 나타나듯
마른 몸을 연대에 앉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