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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유락(茶遊樂)’.
차와 함께 더불어 노는 곳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은 지난 11월 1일 서울 인사동에 문을 연 ‘차 전문 서점’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차 전문 서점은 ‘향기를 찾는 사람들’ 박희준(46) 대표가 기존에 출간된 다서들이 열악한 출판환경으로 제대로 홍보되지도 못한 채 절판 또는 사장되고 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마련한 공간이다. 이곳에는 현재 국내에서 발간된 차 관련 서적 80여 종 300여 권이 구비되어 있다. ‘서점’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지만, 이 정도로 자료를 모으는데도 10여년이 걸렸다.
“차 인구가 적었던 10~20여 년 전만해도 차 관련 서적들은 한 권당 고작 1천부 정도가 인쇄됐고, 그나마 지방에서 출간되는 책들은 서울에 유통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때문에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대부분의 다서들이 절판되거나 사라졌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서둘지 않으면 우리 차문화를 담은 서적들이 사장될지 모른다는 마음에 서점을 열게 됐습니다.”
박 대표가 처음 차 전문 서점을 준비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다서의 분류와 수집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차(茶)’라는 글자가 들어갔다고 모두 다서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동안 고서점과 지방의 헌책방에서 찾아낸 책들을 꼼꼼히 읽고 정리하다보니 차 관련 서적들의 분류 체계를 조금씩 세울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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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너무 많은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올해는 1990년대 이후 발간된 국내 차 서적을 구비하고, 90년대 이전에 출판된 책을 열람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내년부터는 학술지와 논문, 잡지 등에도 욕심을 내 봐야죠.”
이러한 이유로 다유락은 ‘도서관’의 성격을 더 많이 갖추고 있다. 다유락에서는 ‘도서열람비’ 2천원을 받고 있는데,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주인의식과 서점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한 한 달에 한 번 정도 ‘향 교실’과 ‘차 교실’을 열어 ‘저자와의 대화’와 문화체험 시간을 마련해 차인들의 만남의 장으로 꾸려갈 계획이다.
서점을 운영하는 틈틈이 중국과 대만 등에서 다서들을 수집하고 있는 박 대표는 “차에 관한 예전 기록이 드문 요즘, 사진 한 장이나 글 한 줄이 차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그만큼 다서를 정리하는 것은 바로 한국 현대 차문화사를 정리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고 말한다.
차 전문 서점이 문을 연다는 소식이 차인들 사이에서 알려지자, 지방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며칠 전에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차 관련 서적을 기증하기 광주에서 올라온 사람도 있었다고.
“그동안 제가 찾아 헤매던 책을 선뜻 기증해 주시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도 감사의 선물로 제가 가진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렸죠. 이렇듯 차를 사랑하는 마음이 서점을 운영해 나가는 원동력이 아닐까요?”(02)723-8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