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불교 성지가 한국 전통 수묵화의 기법으로 한지 위에 다시 태어난다.
현재 현대불교에 연재중인 ‘인도 그림기행’의 작가 이호신 화백(사진)이 12월 5일부터 11일까지 인도 뉴델리‘릴리트 깔라 아카데미’에서 인도기행전을 연다. 전시의 주제는‘인도의 인연’.
한국-인도 수교 30주년 기념으로 마련되는 이번 행사는 이 화백이 지난 1월 한달간 인도를 답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화백은 성지순례가 목적이었지만 부처님의 흔적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인도의 모습에 반해 붓을 집어 들었다. 기행을 하며 화첩에 개괄적인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기초로 한국에 돌아와 대형 한지에 다시 세밀하게 옮겼다.
이번 전시에는 이 화백이 처음 도착한 도시인 뭄바이에서부터 바라나시 갠지스강, 타즈마할, 아잔타 석굴, 엘로라 석굴, 보드가야 대탑과 초기 불교유산인 산치대탑, 사르나트 녹야원을 거쳐 히말라야의 포카라 호수까지 20여점이 선보인다.
이중 아잔타와 엘로라 석굴은 5m가 넘는 대작으로 인류 문화의 거대한 스케일은 물론 인도의 역사와 문화, 종교까지 아우르고 있어 그림앞에 서면 현지에 가 있는 듯한 생생한 감동을 전달해 준다. 이외에도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인 간디의 모습을 비롯해 인도의 광대한 풍광도 한국 전통의 수묵과 서양의 수채화 물감을 적절히 배합해 독특한 화풍으로 그려냈다. 그래서 이 화백의 그림은 동서양 화법(畵法)의 절묘한 조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면에 많이 등장하는 검은색의 수묵을 보면 영락없는 동양화지만, 간간히 울긋불긋 강렬하게 묻어 있는 채색기법을 보면 서양화이기 때문이다.
김학량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이 화백의 작품에는 인도의 문화유산이며 세속풍물, 사람들, 자연경관 등이 나오지만 그것은 단지 피상적인 구경거리로만 비춰지지는 않는다”며 “거칠다고 해야 할만큼 주저하지 않고 살아 꿈틀거리는 붓질이 지닌 품성과 더불어 인도를 한갓 그림의 대상으로 종이에 옮겨 놓았어도 살아 숨쉬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지난 2000년 11월 아프리카 탄자니아 박물관에서 열린‘아프리카의 역사와 삶’을 수묵채색으로 그려 호평 받기도 했던 이 화백은“이번 전시는 수묵화의 기법과 소재의 다양성을 넓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지와 수묵이 갖는 독특한 회화재료가 제한된 소재를 뛰어넘어 서구미술에서 맛보지 못하는 차별화된 미감을 표현하려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