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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 스님은 11월 19일 수덕사에서 덕숭총림 방장 원담 스님의 법어집 ‘덕숭산 법향’ 봉정식이 끝난 뒤 총무원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승가교육과 승려노후복지 등 내년에 실시할 종단 중점사업 등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내년도 중점사업과 관련해 법장 스님은 현재의 ‘선득도 후교육’ 시스템인 승가교육체계를 ‘선교육 후득도’로 바꾸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법장 스님은 “우리처럼 성직자를 쉽게 만드는 곳은 없다. 개신교나 가톨릭도 성직자를 양성하는데 짧게는 6년에서 10년이 걸린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최소한 6년의 교육을 거쳐야만 비구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법장 스님이 제시한 승가교육 체계는 4년간 내외전을 포함해 영어, 설법, 의식까지 모두 가르친 뒤 사미계를 주고, 경학의 경우 2년제 석사과정인 전문대학원을 두고 이곳에서 화엄학이나 금강학 등 자신이 선택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도록 하는 한편 선원의 경우에는 기초선원을 지정해 이곳에서 이론과 수행을 겸비할 수 있도록 해 이 과정을 마쳐야만 비구계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승가복지와 관련해서는 “종단의 안정을 꾀하고 화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승가복지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며 “수익사업 등 여러 가지 방안을 통해 이것(승가복지)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장 스님은 특히 수익사업과 관련해 “사찰들이 농사짓는 것도 수익사업으로 보느냐”고 반문한 뒤 “이젠 종교도 자립기반을 갖추지 않으면 현대사회에서 제대로 종교로 자리매김하기 힘들다”며 “스리랑카 불교가 ‘얻어먹는 불교’에서 벗어나지 못해 다른 종교들의 도전에 대응하지 못한 채 위기에 처해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법장 스님은 외국유학생 장학금 지급 및 동국대에 대한 총무원장 장학금 지급을 임기 중에는 반드시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법장 스님의 이같은 의지에 따라 동국대에 대한 총무원장 장학금 1억원은 이미 지난 17일 동국대에 전달됐으며, 외국유학생 장학금 1억원도 내년도 예산에 편성됐다.
북한산 및 멸빈자 처리 문제 등의 현안에 대해서도 일단의 견해를 피력했다.
북한산 문제와 관련해 법장 스님은 “내게는 해법이 없다. 다만 정부와 마찰없이 원만하게 처리하라는 종정 스님의 뜻을 받들어 무리없이 추진할 생각이다. 따라서 언론이나 사회단체 등 사회 각 분야별로 여론을 수렴해 종합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내에 해결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빨리 해야 할 것이다. 종무회의에서 본사주지스님들의 의견도 수렴해보라고 말했다”며 의견수렴을 통한 대안마련에 주력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현재 호법부가 정우 스님의 승적복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멸빈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총무원의) 각 부서가 책임을 지고 해야 할 일이며, 행정 절차상의 문제다. 행정부처에서 되면 되는 것이고, 안되면 안되는 것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장 스님은 또 “지금까지 여러 가지 명분과 실리, 법리 등을 검토해서 진행해왔는데 이것이 오히려 불화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주지선출과정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범어사 문제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처리돼야 한다. 그 외에 이래라 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법장 스님은 ‘올해를 되돌아보는 소감과 성과’에 대한 질문에 “눈 먼 거북이가 하늘 찾은 것과 같다”며 “불교가 사회 속에 동거동락하고 함께 숨쉬는 종교라는 인식을 주는데 최선을 다했으며, 사회적 불교위상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긍정적 계기가 됐다고 나름대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장 스님은 “천하를 준다고 해도 종단 안정 없이는 아무 것도 수용할 수 없다”며 “안정에 최선의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