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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법어집 ‘덕숭산 법향’ 봉정식과 78번째 생일 하루 전인 11월 18일 저녁 원담스님은 총무원 출입기자들을 반갑게 맞았다. 기자들과의 대화 내용을 요약한다.
▲건강은 어떠십니까.
-좋아요. 밥도 잘 먹어요.
▲법어집이 나왔는데 어떠세요.
-잘 나왔어요, 다 봤어요.
▲법어집 가운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법어집 자체가 잘못이에요. 법어집이 없으면 시비도 없을 텐데 법어집이 나오면 삼라만상이 벌이지는 것이에요.
▲그래도 법문을 직접 들어보지 못한 불자들은 감동을 받을 텐데요
-그런 사람도 있고, 안 그런 사람도 있을 테지.
▲법어집에는 없지만 대중에게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실 것 같은데요
-내가 가르쳐주고 싶은 것은 한마디도 못했어요. 단 한마디도 없어요. 그게 제일 아쉬워요.
▲어떤 말씀을 하시고 싶으셨습니까.
-얘기하면 알겠나. 알지 못할 말을 왜 물어보나.
▲책(법문집)을 봐서도 모르는 게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모르는 게 있으면 다행이에요.
▲어째서 그렇습니까.
-아는 게 너무 많아도 걱정이지요.
▲저는 모르는 게 많아서 걱정입니다(수덕사 박물관장 정암스님)
-(아무런 말씀도 없으시더니 정암스님에게 웃으며 꿀밤)
▲만공스님의 가르침은 무엇입니까.
-삼라만상을 다 가르치셨어요.
▲왜 저희들에게 가르쳐 주시지 않으십니까.(총무원 총무국장 주경스님)
-(또 꿀밤)
이때 원담스님을 모시고 있는 시자 법보스님이 말했다.
“납자들이 오면 시험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 큰스님은 절대로 묻지 않으십니다. 대신 주먹을 들어보이시며 ‘표현해 보라’고 하십니다. 부처님의 염화미소를 항상 따지시고 공안에 빠지지 말고 집착하지 말 것을 가르치십니다. 법어집 자체도 효과가 없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꿀밤을 주신 것은 한마디도 이를 말이 없다는 가르침입니다. 책을 보고 있으면 ‘책 보지 마라’고 호통을 치시곤 하십니다.”
▲(기자들에게)왜 방장스님에게 만공스님을 물으십니까(정암스님)
-귀가 가려워서 그랬을 테지
▲후학들에게 받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있지, 있어. 사진으로 찍었지. 내 모습 그대로다.
▲수행자의 길은 무엇입니까.
-여기에 앉아 있는 길이 수행자의 길입니다.
▲한국불교 발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질문한 기자를 가리키며)바로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저 같은 사람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정암)
-그래, 너 같은 사람도 있으면 좋겠다.
▲재가 수행자의 바른 길은 어떤 것입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정대스님께서 입적하셨습니다.
-그랬어? 어이 참 허망하네.
▲사부대중의 화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합니까
-제일 좋은 말이다. 대답하기 어려워요. 좋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악) 할 말 다했다. 부지런히 일어나 부지런히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