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5 (음)
> 문화 > 출판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게으름ㆍ느림ㆍ멈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하는 물음은 적어도 때때로 게으르게 살아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쫓기듯 앞만 보면서 뛰어가는 사람들의 삶에는 이런 화두 자체가 빠져 있기 일쑤다.

<게으름의 즐거움>은 단지 느리고 한갓지게 사는 것이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는데 그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예찬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언사로 게으름과, 느림, 멈춤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삶의 질을 얼마나 끌어 올리는지 이리저리 풀어헤쳐 보인다. 여기에는 작가나 철학자의 맛깔스럽고 울림이 남는 글이 있는가 하면, 정원 설계사나 물리학자의 색다르고 풋풋한 글도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게으름 누리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1999년 프랑스TV ‘카날 플뤼스’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게으름의 전자파들’과 ‘왜 일을 하나’에 근거를 두고 있다. 2부는 ‘시간, 멈추어 버린’이란 부제로 작가와 학자, 기자로 있는 여섯 사람이 쓴 에세이를 다발로 묶어 놓은 것이다. 글 사이사이에 들어 있는 사진들은 마음을 잠시 쉬어가게 만든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통해 우리나라에 ‘느림의 철학자’로 알려진 피에르 쌍소는 이 책에서 특유의 사유방식에 따라 게으르게 사는 기쁨과 즐거움을 찬찬히 늘어 놓는다. 게으름은 어디 아픈 것처럼 꼼짝도 하기 싫어하는 증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천천히, 느리게, 있는 그대로’ 삶을 누리려는 몸가짐이자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의 게으름 예찬은 꽤 오랜 연원을 지니고 있다. 칼 마르크스의 사위로 알려진 폴 라파르그는 1880년에 내놓은 <게으를 권리>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 게으름이여, 이 오랜 고통에 자비를 베푸소서, 예술과 고귀한 미덕의 어머니인 게으름이여, 우리 인간의 고통에 위안이 되어 주소서,” 마지막 책장을 넘기다 보면 ‘생존경쟁을 위해 억지로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언제나 올 수 있을까’ 되묻게 만든다.

게으름의 즐거움
피에르 쌍소 외 지음/함유선 옮김
호미
7천원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3-11-19 오전 8:57: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5. 9.16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