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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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엄홍길, 박영석씨 도전의 기록 담아
“산에 오르려 하면 그곳에는 산이 없다. 산에 오르는 순간 산과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산에 오르는 것은 산이나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산과 하나가 되는 작업이다.”(엄홍길)

“내가 산에 오르면서 보낸 아까운 목숨이 일곱. 산에 오를 때면 그들이 사각사각 발자국 소리를 내며 함께 걷는 것 같다. 나는 그들을 위해 더 할 일이 많다. 남아있는 자들을 위해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박영석)

비슷한 시기에 히말라야의 8천m급 14개 봉우리를 각각 완등한 세계적인 불자 산악인 엄홍길씨(43)와 박영석(40)씨가 험난했던 도전의 기록을 나란히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 <8000미터의 희망과 고독>과 <산악인 박영석 대장의 끝없는 도전>이다. 다루는 범위와 내용은 다르지만 두 책 모두 주무대는 히말라야다. 14개 산 정상에 완등한 때는 엄홍길이 2000년, 박영석이 2001년으로 엄씨가 1년 앞선다.

하지만 이것은 중요한게 아니다. 두 사람다 살을 저미는 혹한과 싸우면서도, 발목이 부러지면서도, 또 동료들을 설산에 묻으면서도 끊임없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산에 오르는 산사나이들이라는 점에서 경외감을 느끼게 할 뿐이다. 두 책 모두 등반대 구성에서부터 설산에서의 사투와 정상에서의 감동적인 순간까지 진솔하게 털어놓고 있다. 엄씨는 지난 2000년 7월 K2에 오르며 아시아 최초로 히말라야 8천m급 14개 봉우리를 모두 등정했다. 그러나 엄씨는 지난 85년부터 16년 동안 14번의 실패를 경험했고 동상에 걸려 오른쪽 발가락 일부를 잘라내기도 했다.

산에 젊음을 바친 동료 대원과 셰르파들의 희생도 따랐다. 때문에 엄씨는 1998년 안나푸르나 등정시 7700미터 지점에서 추락했던 사고를 가장 잊혀지지 않은 등반 기억으로 꼽는다. 추락하는 세르파를 구하려다가 같이 추락했는데 줄이 엄씨의 몸에 걸리면서 엄씨만 천신만고 끝에 살아 날 수 있었다. 이때 엄씨는 “살을 갈고 동료대원의 죽음을 비벼야만 산을 오를 수 있는 것인가”라며 절규한다. 그러면서 “오르고자 하는 열망을 버리는 만큼 정상의 문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대자연과 마주하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경건하고 또 경건한 마음을 지녀야 할 뿐”이라고 털어놓는다.

아시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무산소 등정한 박씨의 등정도 결코 순탄치 않았다. “다울라기를 오를 때였다. 앞서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가는데, 갑자기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눈덮인 히든 크레바스였던 것이다. 결국 이렇게 죽는구나. 내 몸은 끝을 알 수 없는 크레바스 속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이 사고 때 박씨는 배낭끈이 얼음 기둥에 걸려 생명을 건졌지만, 7명의 대원들은 히말라야에 묻고 와야했다.

이렇게 갖은 고생을 다해 올라간 정상에서의 느낌에 대해 박씨는 “정상에서 본 세상은 아득하고 낯설었다. 인간이 자랑스럽게 쌓아올린 온갖 문명이 그곳에서는 작고 사소한 점으로만 존재했다”고 털어놓는다.

박영석씨는 11월 16일 남극점 원정길에 다시 나섰다. 박씨가 이번 원정에서 남극점을 밟게 되면 세계 최초의 산악 그랜드 슬램 달성에서 북극점만 남겨두게 된다. 그는 이미 14좌외에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완등했으며 세계 3극점(에베레스트, 남극점, 북극점) 중 에베레스트 등정을 마쳤다.

▲히말라야 8000미터 14좌란?
히말라야는 해발 8000미터가 넘는 봉우리 14개를 비롯해 7000미터급 산 350여 개를 거느리고 있다. 이중 각각 네팔(칸첸중가, 마칼루, 로체, 에베레스트, 초오유,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 중국의 국경(시샤팡마)과 파키스탄(가셔브룸1, 가셔브룸2, 브로드피크, K2, 낭가파르바트) 지역에서 하늘로 솟구쳐 있는 지상에서 가장 높은 이 14개의 봉우리들을 가리켜 ‘히말라야 8000미터 14좌’라고 한다.

8000미터의 희망과 고독
엄홍길 지음
이레
9천8백원

산악인 박영석 대장의 끝없는 도전
박영석 지음
김영사
9천9백원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3-11-19 오전 8: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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