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8일, 전국 선원에서 일제히 동안거가 시작됐다. 결제 기간 동안 수행자들은 산문을 나서지 않고 수행에만 정진한다. 하지만 수행이 꼭 산사의 선방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늦가을, 세간에서 정진하는 재가자들의 수행을 돕기 위한 명상 안내서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마음으로, 숨가쁘게 달려온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전에 가보지 못한 낯선 곳을 갈 때 지도를 가지고 갑니다. 하지만 다음 생이라는 미지의 세상으로 가야 할 때, 우리를 도와줄 안내자는 오직 우리가 닦은 수행뿐입니다.”
달라이 라마의 저서 <평화롭게 살다 평화롭게 떠나는 기쁨>은 ‘불교를 광범위하게 연구할 시간이나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수행지침서다. 그는 이 책에서 60여 년간 몸소 체득한 불교의 핵심 가르침을 자신의 경험을 적절히 곁들여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평화로운 삶과 평화로운 죽음은 둘이 아니다”는 달라이 라마는, 평소 삶을 올바르고 의미 있게 산 사람이라면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설령 갑작스레 죽음을 맞는다 해도 안타까움에 발버둥치는 일 없이 평화롭게 떠날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마음을 닦는 수행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행을 통해 근본적으로 마음을 변화시키고, 제멋대로 굴고 반항하는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늘 깨어 있는 삶(지계바라밀)’과 ‘인내(인욕바라밀)’, ‘자신감(정진 및 보시바라밀)’, ‘명상자의 수행(선정바라밀)’, ‘지혜(지혜바라밀)’ 등으로 장을 나누어 명상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과정과 수행법을 설명하고 있다.
수행은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렇다면 티베트 불교 수행자들이 말하는 ‘행복에 이르는 길’은 무엇일까? <티베트 라마가 전하는 행복에 이르는 길>과 <달라이 라마의 행복에 이르는 길>은 공성(空性)과 연기법을 깨닫고, ‘깨닫고자 하는 마음’ 즉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한다.
<티베트 라마가 전하는 행복에 이르는 길>에서는 티베트 불교 지도자 중 한 명인 라마 쇠바 린포체가 불교란 무엇이며, 진정한 불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수행에 임해야 하는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쇠바 린포체가 네팔의 동굴에서 수행하던 중 읽게 된 <불교에 입문하다: 깨달음으로 이끄는 단계적 수행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첫째 단계>의 내용을 서술한 것으로, 깨달음으로 이끄는 단계적 수행인 ‘람림(Lamrim)’ 수행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책의 제목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의 첫째 단계를 기술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그는 “불교 수행이 의미하는지 바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에 이르는 길> 역시 ‘람림(Lamrim)’ 수행의 기원과 예비 수행의 요소, 본격적인 람림 명상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명상수행 입문서’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명상을 위한 준비단계부터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세계적인 심리학자이자 명상전문가인 데이비트 폰타나 박사가 지은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방법, 선>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29단계의 체계적인 명상 수행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어떻게 ‘선(禪)’이 우리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줄 수 있고,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해주는지를 밝힌다. 각 장 마다 일러스트와 ‘지금 여기를 느낀다’, ‘매 순간 삶과 죽음을 경험한다’, ‘자신에 대한 답 찾기’ 등의 연습 과제를 두어 명상을 직접 체험해 보도록 구성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명상은 ‘있는 그대로(실상)’를 보는 것이며, 나아가서 그것을 초월하는 것이다.”
<명상>은 ‘현대의 성자’로 일컬어지는 크리슈나무르티(1895~1986)의 사상과 가르침을 59개의 글로 정리한 책이다. “명상은 삶의 일부로, 세상과 세상의 방식을 파악하는 것이다”는 크리슈나무르티는 “우리는 이제껏 스승이나 구세주 그리고 대가들의 권위에 의존해 왔지만, 만약 명상이 무엇인지 알아내기를 참으로 원한다면 모든 권위를 완전히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특정한 종교나 철학을 내세우지 않고, 명상이란 모든 갈등과 투쟁을 배제한 채 ‘생각을 멈추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동안 크리슈나무르티의 책이 저작권 없이 발행되었던 것과 달리 이 책은 크리슈나무르티 신탁재단 한국위원회(KFT-KC)가 기획한 첫 번 째 책이다.
□ ‘평화롭게 살다 평화롭게 떠나는 기쁨’ (달라이 라마 지음, 주민황 옮김, 넥서스북스 1만1천원)
□ ‘티베트 라마가 전하는 행복에 이르는 길’ (라마 쇠바 린포체 지음, 주민황 옮김, 무우수 8천5백원)
□ ‘달라이 라마의 행복에 이르는 길’ (달라이 라마 지음, 김은정 옮김, 경성라인, 9천원)
□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방법, 선’ (데이비드 폰타나 지음, 곽형모 옮김, 들녘, 8천원)
□ ‘명상’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김영호 옮김, 중명출판사, 9천8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