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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2월 16일부터 ‘좌우익희생자와 뭇생명 해원상생을 위한 범종교계 100일기도’를 시작으로 1천일동안 매일 5시간씩 특별 정진기도를 봉행한 도법스님이 지난 12일 천일기도를 회향했다.
“기도를 마치는 순간까지도 여전히 답답하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한 도법스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평화를 가꾸는 것만이 진정한 깨달음의 길이라고 확신한다”며 “평화는 그냥 가져다주지 않고 우리 스스로 닦은 만큼 다가온다는 것을 기도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도법스님은 또 “기도가 계속되면서 불교를 너무 모르고 행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며 “관념적이고 추상적이기보다 행동할 때 진정한 불교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도법스님이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지리산이 안고 있는 비극 때문.
50년전 한국전쟁과 좌우대립 속에서 우리민족은 형제, 이웃간에 서로 총을 겨누는 비극을 겪었고 그 비극으로 수많은 생명을 잃었으며 서로간의 원수는 대를 이어 오늘까지 계속되고있다. 이것이 화두가 되어 기도를 하게 됐고 천일기도회향과 함께 ‘지리산 생명평화결사’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지리산에는 큰아들은 빨치산, 작은아들은 토벌대를 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두자식간에 총을 겨누는 비극이 지리산 골짜기마다에 남아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한쪽은 끌어안고 다른 한쪽은 내치는 방식으로 50년을 살았습니다. 어머니에게는 모두가 자식입니다. 이제 이 어머니의 가슴과 마음으로 갈등을 풀어가야 합니다. 그랬을 때 오늘의 비극이 대를 잇지 않을 것입니다.”
도법스님은 “하나님, 부처님, 국가, 민족 등 어떤 논리나 명분으로도 전쟁은 정당화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불행하게도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이라크 전쟁을 지켜봐야했던 것이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밝혔다.
도법스님은 “강대국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이겠냐”고 반문하면서 “평화를 위해 죽음도 같이하는 10만명의 평화대가 있다면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의 평화도 이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이 전세계를 향해 평화를 알린다면 세계의 양심과 여론이 함께 할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도법스님은 이를 위해 다음달부터 수경스님과 함께 평화를 ‘구걸’하는 생명평화의 탁발순례에 나설 계획이다.
평화를 위한 지혜를 구하는 생명평화의 탁발은 평화결사대를 모으는 한편 마을단위로 사찰은 물론 교회, 성당, 마을회관 등 대중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그들의 대안을 구할 예정이다.
지난 16일 천일기도회향 천도재를 마치고 이어 ‘지리산 생명평화결사’ 창립식을 마친 도법스님의 얼굴이 평화로움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