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을 들어서면서 흔히 만나게 되는 글귀가 있다. “이 문 안으로 오는 자, 알음알이를 남기지 말지니(入此門內莫存知解)”라는 경고성 가르침이다.
불교에서는 알음알이를 극도로 경계한다. 하지만 그것을, 무지를 권장하고 지식을 혐오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 진의는 체화(體化)되지 않은,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앎은 병통이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특히 오늘날처럼 ‘이론과 실천’이 겉도는 세상에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가르침이다.
이런 전제하에서 볼 때 ‘불교지식인연대’ 창립에 부치는 박수는 의례적 덕담이 아니라 고언의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
첫째, 총론이나 구호 차원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소한 거대담론은 관념의 유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불교적 지성의 보편적 확장에 기여해야 한다. 오늘날 전 지구화된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는 ‘탐진치’의 극대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인 배제의 경쟁은 결국 공멸로 가는 길임을 설득하는 것, 불교 지식인이 이 시대에 유포해야 할 지적 백신이다.
셋째, 연구와 실천은 병행돼야 한다. 긴 안목의 처방과 진단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당장의 과제에 대한 외면까지 정당화해 주지는 못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당장의 약방문이 절실한 상태다. 그렇다고 그것을 기술자의 대응 방식과 같은 즉발적인 것이 아니냐고 회의할 필요는 없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영원한 오늘의 약방문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불자 스스로의 삶에 적용시키는 것, 불교 지식인들이 앞장서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