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의 국고보조금 정비위원회가 전통사찰 주요시설물의 보수정비 사업비를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 조계종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방분권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갖고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벌였으나 ‘이양 불가’ 견해가 우세함에 따라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조계종은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는 안도할 수 없다며, 이양의 불합리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조계종이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유는 전통사찰과 문화재 보존 예산이 지방에 이양될 경우 사실상 ‘보존 불가능’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통사찰 보수정비 사업비는 문화관광부 예산으로 편성돼 왔으며 이 예산(국고)이 지방자치단체로 분배되고, 지방자치단체 예산과 사찰 자부담이 합쳐져 전통사찰과 문화재 보수정비사업이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 예산이 지방에 이양될 경우 국고지원은 없어지게 된다. 다시 말해 지자체 예산과 사찰 자부담만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결국 불교계는 지자체의 입만 쳐다보는 상황이 오게 되고, 지자체의 결정에 따라 전통사찰 보존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조계종이 지방분권위의 논의 여부와 관계없이 문화재보수비를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어이없어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통사찰과 문화재의 중요성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조계종이 ‘이양’을 우려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전통사찰의 보수정비는 문화재 업무와 같이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나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 관련 업무수준은 상식선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통사찰 보수 사업을 문화정책이 아닌 ‘특정 종교와 종파에 대한 특혜’로 왜곡할 우려도 크다. 또 지자체의 관심도에 따른 전통사찰 보수정비에 대한 지역별 불균형도 초래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경우에 따라 특정 지역의 전통사찰은 ‘방치’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화재 보수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문화관광부도 불교계의 이 같은 입장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문광부의 한 관계자는 “열악한 재정구조를 가지고 있는 지자체들이 전통사찰 보수정비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화재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지자체 이양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