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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인간적인’ 산문 안 스님들 이야기
“최신형 모델 40화음 핸드폰으로 바꾸고 겪은 일이다. 이 핸드폰은 ‘그룹 편집’ 기능이 있어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전화가 올 때는 각기 다른 멜로디가 울리도록 설정할 수 있다. 새 핸드폰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 신도들 앞에서 싱글벙글하고 있을 때 전화가 울리는데 멜로디 때문에 기절할 뻔 했다. ‘여보~ 전화 받아요~’.”

해인사에서 발간하는 월간 <해인> 편집위원인 현진 스님이 산중에서 살아가는 스님들의 생활 모습을 담은 <산문, 치인리 십번지>를 펴냈다.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수행자다운 모습이다’고 말하는 현진 스님은 빨래하고, 음식 만들고, 문풍지 바르고, 김장하고, 고무신을 닦는 일 등 산중생활의 소소한 일상들을 책에 담았다.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스님들의 내밀한 속내까지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치인리 십번지’는 250여 명의 스님들이 정진하고 있는 합천 해인사의 주소인 동시에 이 땅의 모든 수행처를 상징한다.

스님의 글을 통해 산문 안의 생활을 조금 살펴보자.
‘21세기 스님’은 자동차를 몰고 휴대폰으로 전화통화를 하고 인터넷을 즐긴다. 매년 이맘 때면 배추 5천여 포기로 김장을 하고, 섣달그믐이면 윷놀이로 밤을 샌다. 체력단련을 위해 축구대회도 열고, 예비군 훈련을 위해 군복을 다리기도 한다. 출가하려는 자녀와 이를 말리려는 부모의 한바탕 소동이나, 행자가 되기 위한 관문인 삼천배를 견디지 못하고 산문을 내려가는 사람의 모습도 묵묵히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스님들이 이곳에 모인 가장 큰 이유는 수행이다. 더러운 고무신을 닦으며 마음을 깨끗이 닦고, “죽어도 이 선방에서 죽으시오. 수행자가 정진하다가 죽는 것은 가장 값진 죽음이오!”라는 혜암(입적, 전 조계종 종정) 스님의 가르침에서 수행정신을 찾는다.

현진 스님은 “이 책을 통해 절집 사람들이 먼 시대의 박제된 인물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산문 안에서 열심히 일하고, 수행하는 스님들의 모습이 산문 밖 우리들에게 넌지시 건네는 한마디. “깨달음의 자리는 바로 이곳입니다.”

산문, 치인리 십번지
현진 스님 지음
열림원
8천5백원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3-11-13 오전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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