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정문화재 관리에 정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화재청(청장 노태섭)은 11월 7일 문화재위원, 개인소장자, 박물관 관계자, 학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참석한 ‘비지정 개인소장 문화재 공개 활성화’ 세미나를 개최하고 보존방안 마련에 나섰다. 또 사찰문화재 일제조사에 이어 2004년부터는 문중·서원·향교를 중심으로 5년간 비지정문화재 일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비지정문화재 관리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현황 파악 및 보존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각 문화재를 어떻게 관리·보존해야하는가의 문제는 물론이고, 어디에 어떤 문화재가 있는지의 기초조사도 이뤄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비지정문화재는 문화재 사범들의 범행대상 1호가 되고 있다. 실제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조계종 총무원이 집계하고 있는 도난 사찰문화재 46건이 모두 비지정문화재였다. 이처럼 사찰의 비지정문화재가 도난의 집중 표적이 되는 이유는 지정만 되지 않았을 뿐 가치 있는 문화재가 많고,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절취 후 유통이 용이하며, 산간벽지에 위치해 있어 관리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도난을 방지하고, 훼손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전면조사를 실시해 도난문화재의 유통을 어렵게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문화재청과 조계종 문화유산발굴조사단(단장 탁연)은 2002년부터 사찰문화재 일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1년까지 10년간 진행될 이 조사는 지난해 강원도 지역을 시작으로 올해는 전라북도지역 조사를 마치고 제주지역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전라북도 지역 조사에서는 조사 전 기초 자료보다 1100여점 많은 문화재가 조사됐고, 강원도에서 조사된 문화재중 다수는 현재 시도지정문화재로 신청한 상태다. 또 문화재청은 내년부터 문중·서원·향교 등의 비지정문화재로 일제조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도 있다.

그러나 사찰문화재 일제조사를 실시해도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전면조사는 이뤄지기 어렵다. 개인소장자의 허락이 있어야 조사가 가능한데, 이들의 문화재=재화라는 인식과 도난 우려가 공개를 꺼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11월 7일 있었던 ‘비지정 개인소장 문화재 공개 활성화’ 세미나도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윤용이 문화재위원은 “국민들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전환과 개인소장자들의 적극적 자세에 힘입어 그 공개 방안이 도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문화재가 단순한 개인의 재화가치로서가 아닌 공공재로 인식될 수 있는 사회여건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장인경 한국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위원회 운영위원은 “개인소장 문화재의 공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증자의 명예뿐만 아니라 적절한 금전적 보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도 “개인소장 문화재를 비롯한 비지정문화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증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 보상받은 금액에 대한 세제혜택, 개인소장 문화재 기탁 관리 센터 건립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마련되야 한다”며 “대학·사립박물관 등에도 최소한 세콤(안전시스템) 설치 비용정도는 지원이 있어야 하나, 현재는 거의 전무한 상태”라며 예산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동산문화재과 이난영 사무관은 “비지정문화재 관리를 위한 예산 확보는 문화재청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타 부처와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