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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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념처' 수행 전하는 수완 스님
"중국 선종의 2조 혜가 스님이 달마 대사를 찾아가서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자, 달마 대사는 그 불편한 마음을 가져오라고 했지요. 이 순간 혜가 스님이 불편한 마음을 보니 그 마음은 사라지고 본래의 마음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가 생길 때 즉시 그 마음을 관찰해 보세요. 그 순간이 바로 깨달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는 어느 선사의 말이 아니다. 미얀마 랑군에 있는 쉐우민명상센터에서 몸(身)ㆍ느낌(受)ㆍ마음(心)ㆍ법(法) 등 4념처 가운데 마음을 관찰하는 심념처(心念處) 위주로 수행해 온 수완 스님의 말이다. 북방이든 남방이든, 간화선이든 위빠사나이든 수행의 요체는 마음을 여실하게 보는 공통점에 있음을 암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몸 관찰 위주의 마하시 위빠사나가 유행하는 반면, 쉐우민 센터에서 가르치는 심념처 수행은 아직 생소하다. 그러나 일상에서의 마음 관찰을 강조하는 심념처 수행은 선(禪)의 '회광반조(廻光返照)' 공부와 유사하다. '바깥의 경계에 쏠린 시선을 안으로 돌려 바로 자기 마음 속에 자리한 신령스러운 성품을 보라'는 회광반조는 언어나 문자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 내면세계를 회고반성(回顧反省)하는 까닭에, '곧바로 마음을 보고(直指人心)', '자신의 발밑부터 살피라(照顧脚下)' 는 말뜻과 다름없다.

이와 관련 수완 스님은 "꿰뚫어보는 것은 화두 공부와 매우 유사하다. 이른바 '(마음을) 보는 자가 여래다' 는 말이 공통점인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순간적으로 업이 출렁거릴 때 휩쓸리지 않고 마음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면 반야의 힘이 커집니다. 나중에는 반야가 전부 비출 수 있어 일상 속에서 회광반조가 가능합니다."

출가전 염불과 위빠사나를 병행하며 수행해 온 수완 스님은 늦은 나이로 출가후, 심념처로 득력(得力)한 수행 체험담을 <마음 챙김>(북하우스)이란 책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11월 7일, 경북 경산의 한 암자에서 용맹정진하다 오랜만에 출판관계로 상경한 스님을 만나 '마음 관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4념처 수행 가운데 마음을 관찰하는 심념처는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위빠사나인데요?

"<대념처경>에 보면, '신, 수, 심, 법의 4념처를 반야로 관찰(위빠사나)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네가지 수행대상 가운데 마음의 관찰은 마음에 탐진치가 있는지 없는지, 주의 깊은지 산만한지, 마음이 계발되고 있는지 없는지 등에서 그 본성을 꿰뚫어 보는 수행입니다. 수행 중에 떠오르는 과거의 생각이나 미래의 계획,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의 스트레스 등을 실재하는 '나'로 여기기 때문에 고통이 일어납니다. 진리는 다른 곳에 있지 않습니다. 주객으로 조건지워진 생각들을 통찰해보면 그 안에 불생불멸의 자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호흡을 관할 때, 몸ㆍ느낌ㆍ마음ㆍ법은 거의 동시에 관찰됨을 알 수 있습니다. 이 4념처 중 가장 먼저 무엇을 대상으로 관찰하는 게 좋을까요?

"처음엔 호흡을 관찰하다가 집중력이 생기면 몸 전체를 관합니다. 정신이 산만하고 식욕이 강하며 이성을 갈망하는 이는 몸을, 의심 많고 자존심이 센 이는 느낌을, '나'가 있다는 그릇된 견해를 지닌 이는 마음을, 관찰이 예리한 이는 법을 대상으로 관찰합니다. 수행자가 무엇을 대상으로 하든 오온(五蘊)의 생멸 현상에서 무상(無常)ㆍ고(苦)ㆍ무아(無我)를 분명히 보고 알 때, 정견과 정사유가 생깁니다."

■생활 속에서 망상이 끊임없이 일어나는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단 얼른 알아채야 합니다. 방일하지 않으면 망상이 일어나는 낌새를 감지할 수 있죠.망상은 노력이 약해질 때 생깁니다. 망상이 일어나는 순간, '느낌(受)은 왜 일어나지? 인식(想)은 왜? 형성 작용(行)은? 그리고 의식(識)은 왜 생기지?' 라고 그 원인을 밝히면 근원인 잠재의식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망상의 결과를 주의 깊게 살피되, 그래도 망상이 안 사라지면 관찰 초점을 호흡이나 느낌으로 살며시 바꿉니다."

■스님은 잠잘 때도 마음을 관찰하는 '오매일여(寤寐一如)'가 가능하다고 하셨는데요.

"잠자기 바로 직전 깨어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깨어 있을 때 수행을 통해 마음의 힘을 길러 망상이나 판단하고 분별하는 마음을 어느정도 정화해야 합니다. 꿈은 낮 동안 겪었던 일에 대한 느낌, 기억, 욕망, 생각 등의 혼합물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죽기 직전에 깨어있으면 삼매와 유사한 체험을 하고 편안히 생을 마감하고 다음 생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관하는 수행에서 '아는 마음을 다시 보라'거나 '아는 마음을 다시 아는 마음', 또는 '앞의 마음과 뒤의 마음을 보라'란 무슨 뜻인가요?

"앞의 아는 마음은 알음알이(識)이고 다시 보는 행위와 다시 아는 마음, 뒤의 마음을 보는 것은 관(觀)으로 비추어봄을 뜻합니다. 다시 말하면 식을 관함으로써 오온의 생멸을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가 생기는 것을 의미하죠. 즉 오온의 생멸을 보고 그 원인을 아는 것입니다. 이 때 마음의 동요가 없어야만 사실대로 보입니다. 마음이 보고 있음을 뒤의 마음이 꿰뚫어서 알고 있으면, 사념의 확산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사물을 언어로 개념화하지 않을 때 사물의 본성이 보입니다.

■마음 챙기는 힘이 강해짐에 따라 어떤 변화가 일어납니까?

"계율을 지키고 인과를 확실히 믿을 때 마음이 깨끗해지면서 고요히 가라앉습니다. 그 때 마음 챙김이 확고하면 망상이 생기지 않아 실상(實相, paramatha)만 보입니다. 그러면 몸과 마음을 나로 착각하는 견해와 상견 또는 단견이 사라지면서, 다시 태어나지 않으려고 오직 위빠싸나 수행에 전념하게 됩니다. 어리석음과 의도적인 행위를 원인으로 태어나서는 갈애에 따른 집착과 업을 형성함으로써 다음 생이 이어지는 12연기가 완전히 이해되면 무엇이든 생멸 현상으로 보게 되어서, 내가 생멸하는 게 아니라 오온이 생멸한다는 관찰의 지혜가 생깁니다. 그 때는 현상에 대한 좋아하는 마음도 싫어하는 마음도 없는 평등심(upekkha)이 유지됩니다. 그러다가 그 앎이 끝나면 괴로움도 끝나서 궁극적인 평화가 찾아옵니다."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3-11-13 오전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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