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종교가 아닙니다. 바로 ‘나(我)’를 찾는 법입니다. 나를 위해서, 불조(佛祖)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온 국민을 위해서 진실로 발심을 하고, 진실로 거짓 없는 정진을 하세요.”(갑자년 동안거 해제 법어 中)
경허ㆍ만공 스님의 법맥을 잇는 원담 스님(덕숭총림 방장)의 첫 법어집 <덕숭산 법향>이 나왔다. 원담 스님의 상좌인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1998년부터 5년간의 준비 끝에 선보인 것이다. 책에는 1980년 하안거부터 올해 하안거 해제 법어까지 20여 년 동안의 상당법어(上堂法語) 87편이 실려 있다.
법장 스님은 간행사에서 “스님의 가르침은 본래면목을 밝히려고 할 때 밝은 거울이 되어주었고, 마음의 고향을 찾아 나설 때 나침반이 되어 주었으며, 피안에 다다르고자 할 때 자비로운 배가 되어주셨다”며 “그러나 이러한 스님의 은혜를 다 갚기도 전에 스님의 법체가 날로 쇠잔해지시고 저 또한 주름이 깊어가기에 법어집 간행을 서두르게 됐다”고 출간 동기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스님의 법문을 녹음한 테이프를 그대로 풀어, 실제로 법문을 듣는 것 같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결제에 드는 수좌들에게 내리는 법문은 어렵고 난해하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스님의 법문은 여러 선사들의 법거량을 쉽게 풀이해 곁들임으로써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수좌들의 수행을 독려하는 자상한 면모도 살필 수 있다.
법문에 켜켜이 녹아 있는 선사들의 수행 일화를 찾아 읽는 재미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그 중에서도 어린 나이에 출가한 원담 스님에게 깨달음을 주고자 했던 만공 스님의 일화는 유명하다. 원담 스님은 “만공 스님이 주장자로 내 머리를 때릴 때 마다 ‘아야!’ 하고 소리치면 ‘그 아야 하는 놈을 찾으라’고 하셨어요. 내가 한참을 그렇게 맞은 후 ‘그놈이 바로 마음인 것 같다’고 하자 크게 칭찬하며 기뻐하셨다”고 회고한다. 이 밖에도 1970년대 초반까지 인삼밭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이야기나 청허 스님과 백장 스님의 수행일화도 원담 스님의 생생한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원담 스님의 손상좌이자 총무원 총무국장 소임을 맡고 있는 주경 스님은 “스님의 법문은 수행자들 사이에서 법문을 녹음한 테이프가 전해질 정도로 수행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결제 때 마다 스님께 직접 법문을 들으며 느꼈던 그 두근거림을 책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덕숭산 법향>의 출판 고불식은 원담 스님의 78번째 생일인 11월 19일 오전 10시 수덕사 대웅전에서 열린다.(041)337-6565
<원담 스님은?>
원담 진성(圓潭 眞性) 스님은 1926년 전남 옥구에서 태어났다. 12살 되던 1937년 이모를 따라 수덕사를 찾은 스님은 정진하는 스님들의 청정한 모습에 환희심을 느껴 출가를 결심했다. 천장사와 전월사 등에서 만공 스님을 시봉하며 5년 동안 행자생활을 했다. 16세 되던 1941년 벽초 스님을 은사로 만공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으며, 1943년 만공 스님으로부터 전법게를 받았다. 1970년 수덕사 주지로 취임, 덕숭총림의 기초를 닦기 시작해 1984년 덕숭총림을 개설했다. 1986년 11월 혜암ㆍ벽초 스님에 이어 덕숭총림 3대 방장에 취임했다. 현재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수덕사 염화실에 주석하고 있다.
덕숭산 법향
원담 스님 법어집
덕숭총림 수덕사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