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한국사학이 만들어낸 화랑도의 이미지는 이제 버려야 합니다. 세속5계를 지키며 충효로 무장된 순국 무사로서의 화랑도상을 버리면 신라의 화랑을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전장에 나가 목숨을 바치기도 했지만, 왕자와 어울려 여색을 탐하고 가무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이종욱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신작 ‘화랑’을 통해 잘못 알려진 화랑의 제 모습을 찾아주고 싶었다고 했다. 20세기 한국 사학계가 애국심 고취를 위해 화랑도를 순국 무사로 왜곡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오랫동안 ‘화랑’을 연구하며 <화랑세기> <화랑세기로 본 신라인 이야기> 등을 펴낸 ‘화랑 전문가’. 이번 책에서 이 교수는 <화랑세기>에 나타난 화랑도의 설치와 기원, 조직과 운용, 역사적 의의를 짚는 것과 아울러 화랑도와 사랑, 화랑도의 주색 편을 통해 화랑의 인간적인 면모까지를 소개했다. 화랑도를 통해 본 신라는 지배 세력들이 근친혼을 통해 사회 정치적 지위를 지켜나간 사회였다.
이 교수는 “그러나 근친혼은 재산과 정치권력의 분산을 막기 위한 것으로 세계 각국의 고대 사회에서 흔히 발견되는 관습”이라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현재의 윤리 기준으로 신라의 윤리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보고 싶지 않다고 눈을 감는 바람에 역사를 역사로서 바로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화랑에 집착하는 이유는 화랑의 역사를 바로잡는 것을 시작으로 20세기 신화로서의 역사학을 극복하고 역사의 본래 모습을 찾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화랑도의 흥행적 요소도 이 교수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화랑세기>에는 생생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엄격한 조직체계를 갖추고 반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열정적인 남녀 관계를 보여주어 영화, 연극, 게임 등 문화 콘텐츠 소재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현재 이 교수는 ‘화랑’을 소재로한 게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종욱 교수의 테마 한국사 읽기‘화랑’
이종욱 지음
휴머니스트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