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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마다 나눔의 행복과 보람 '꽉꽉'
“꼭꼭 눌러담아요. 우리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네요.” 사진= 고영배 기자
11월 4일 강동구 강일동의 한 골목길로 들어서니 쓰러져가는 판자집들이 즐비하다. 지붕이 내려앉은 집, 찢어진 비닐로 감싼 집, 대문이 반쯤 꺾인 집들이 버려진 동네를 연상케 한다. 과연 사람이 사는 집일까 하는 생각에 대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놀랍게도 낮고 여린 할머니 음성이 희미하게 전해져온다. “이제 왔어?”

“예, 할머니 나눔마을이에요.”
사회복지법인 나눔마을(이사장 각현스님) 박왕호(41) 상임이사가 인사하며 도시락을 건넨다. 할머니는 앞을 보지 못해 손끝으로 도시락를 훑는다. 아직 살아있는 온기를 느꼈는지 주름진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번진다. “고마워…. 먹고서 내 잘 씻어 놓을게….”

매주 화요일 강동구 일대 불우이웃의 도시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복지법인 나눔마을 이사 박왕호 씨와 서울 금화사 신도 20여명이 바로 그들. 이들은 매주 나눔마을 사무실에 모여 불우이웃에게 전달할 반찬을 만든다. 마을을 직접 돌며 그들의 생활을 지켜봐왔기에 음식을 준비하는 손끝 하나하나에는 각별한 정성이 배어있다.

“기본적인 생활여건도 마련하지 못했지만,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자식에게 버림받아 가난에 상처까지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예요.”

윤상금(59) 씨 말대로 나눔마을 봉사자들이 주목하는 대상은 주로 기초생활 수급자 바로 위 저소득층인 ‘차상위계층’이다. 기초생활수급권자 혜택은 받지 못하지만 생활여건은 그들 이상으로 열악한 '틈새 불우이웃'들. 봉사자들은 규모가 큰 복지단체들조차 간과해왔던 ‘틈새’를 자신들 손으로 메꿀 것을 꿈꾸며, 반찬만들기 삼매에 젖어든다.

“독거노인들은 밥을 제대로 챙겨 드시지 않습니다. 금전적으로 약간의 여유가 생겨도 영양가있는 식단을 고집하기보다는, 치료비 지불 등 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그들에겐 우선이죠. 그래서 밑반찬 식단을 짤 때는 한 끼 식사로 그칠지라도 영양에 대한 고려가 앞서게 되더군요.”

박정숙(44) 씨는 간편하게 오래 먹을 수 있는 저장식품류를 굳이 고집하지 않는다. 코다리찜과 같은 경우 며칠을 두고 먹을 수 없는 음식이지만, 영양은 물론이고 맛과 향으로 미각과 후각을 돌볼 수 있다는 생각에 주메뉴로 선정하기도 한다. 이는 상대를 고려하는 마음씀씀이에서 비롯된다.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삶을 함께 나누는 이웃’이라 여기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복지가 특별한 것이겠어요? 이웃의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내 행동이 보시라고 생각하면 상대에게 뜻하지 않은 상처가 될 수 있어요. 상대의 자존감은 생각지 않고 ‘주는 행위’에만 매달리는 사람이 많잖아요. 봉사하는 사람들도 언제나 스스로를 경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나눔마을을 홀로 이끌다시피하는 박왕호 이사는 반복되는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봉사를 추진하고 있다. 밑반찬 지원 외에도 격주로 무료 한방 진료를 벌이는 동시에, 매달 지역 노인들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도배, 장판지 교체 등의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비롯, 겨울철에는 난방연료와 의류, 김치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불교의 존재 이유가 ‘복지’라는 이름의 ‘중생구제’에 있다고 믿는 나눔마을 봉사자들. 그들은 어려운 지역민을 위한 다양한 봉사를 벌이며 부처님 자비를 몸소 실천에 옮긴다. 그리고 함께 믿음을 만들어 간다. 우리 손과 발에서 지역 불국토의 자양분을 생산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02)3402-1515
강신재 기자 | thatiswhy@buddhapia.com
2003-11-10 오전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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