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을 지키려는 지율스님의 단식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20일을 넘겼다. 지율스님은 지난봄 38일간의 단식과 부산시청에서 천성산까지의 3보1배, 3천배 정진을 해왔다. 천성산을 지키기 위한 각계각층의 동참도 다시 이어지고 있다. 9월 15일 천성산 계곡에 서식하는 도롱뇽을 원고로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착공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데 이어 교사, 교수, 불교인들의 천성산 관통 저지 운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
산을 지키려는, 산에 사는 생명들의 살려달라는 외침을 차마 외면하지 못한 한 수행자의 몸짓이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자연을 인간의 부속물쯤으로 여겼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 양 함부로 대했다.
그러나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개발 관행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개발의 필요성만 강조하고 있을 뿐 자연의 경고에는 귀를 막고 있다. 심지어는 현대의 발달된 기술로써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천성산을 관통하는 경부고속철도 건설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허울 좋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서를 바탕으로 어떻게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마땅히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해야 하며, 천성산을 훼손하지 않는 노선을 찾아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자료와 지극히 형식적인 절차를 바탕으로 진행된다면 누가 정부를 신뢰하겠는가. 뭇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참여와 정책은 허울뿐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