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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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소수자의 벗 한나라당에 파병 반대 요청
불교 소수자인권 시민단체인 ‘불교소수자의 벗(외국인노동자인권문화센터, 홈리스의 친구들)’이 한나라당 불자 국회의원들에게 이라크 추가 파병에 반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불교소수자의 벗은 11월 5일 김진재, 도종이, 박헌기, 소광호 의원에게 보낸 요청서에서 “한국군 파병 문제는 국익의 차원뿐만 아니라, 정의와 자비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경제적 대가로 참전한 베트남 전쟁의 오욕과 치욕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다”고 한국군 파병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또한 “최근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공공의료 확충에 책정된 예산을 90% 이상 깎았다”며 “공공의료 예산 삭감이 이라크 추가 파병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불교소수자의 벗은 덧붙여 “이라크로 한국군을 파병한다면, 추가 파병은 국익을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 아니라 벼랑 끝에 내몰린 저소득층의 희생을 담보로 결정한 최악의 정책일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전제로 한 한국군의 파병을 반대했다.

반전평화불교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한나라당 불자 국회의원 뿐 아니라 민주당, 열린우리당 등 모든 불자 국회의원들에게도 요청서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요청서 전문.


삼보에 귀의하옵니다.
저희 <불교소수자의 벗>은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국정에 온 힘을 기울이시는 (김진재, 도종이, 박헌기, 송광호) 의원님께 깊은 존경의 마음으로 이 편지를 띄웁니다.

의원님도 아시다시피, 국제정치가 때로는 자국의 이익을 감추고 대의명분을 내세우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 속에서 많이 보고 있습니다. 대량살상무기 폐기와 테러방지라는 명분으로 이라크 전쟁을 벌인 미국의 속셈도 결국 ‘석유’를 독점하겠다는 탐욕일 뿐입니다. 미국 정부가 이 전쟁을 아무리 ‘예방전쟁’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우리 불자들은 이 전쟁이 ‘침략전쟁’임을 다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난 봄 이라크 전쟁이 침략전쟁임을 알고도 이라크에 서희-제마부대를 파병했습니다. 보혁갈등의 회오리 속에서 정부와 국회는 어려운 결단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원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서희-제마부대의 이라크 파병은 우리사회에 보혁갈등이라는 커다란 앙금을 남겼습니다.

보혁갈등의 상처가 다 아물지도 못했는데, 대통령께서는 지난 10월16일 미국의 이라크 유엔결의안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과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라크 파병을 발표했습니다. 저희들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성급한 파병 결정으로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요? 보혁갈등의 뇌관을 건드려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요?

한국의 보수진영은 대한민국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미국에 견고한 동맹국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파병 결정이 옳다고 합니다. 북한이라는 위험세력 때문에 국제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위치가 쉬운 자리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영환 선생이 그랬고 최익현 선생이 그랬듯이 참 보수는 안정을 추구하되 민족적 자존심을 버리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또한 안보개념이 부재한 진보진영의 맹목적인 반대도 저희들은 찬성하지 않습니다. 국익과 민족을 위해 신중하고 국론을 모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 결정 발언은 국론분열의 뇌관이요, 우리사회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갉아먹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은 선으로써 악을 물리친 정의의 전쟁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정의의 전쟁…? 부처님께서는 정의롭고 성스런 전쟁은 없다고 단언하셨습니다. 불교에서 ‘정당한 전쟁, 정의의 전쟁’이란 개념과 말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정당한 전쟁이란 증오, 잔인, 폭력, 대학살을 정당화하고 변명하기 위해 만들어져 유포시킨 그릇된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정당하고 무엇이 부당하단 말입니까? 그것을 누가 결정합니까? ‘힘 있는 자와 이긴 자는 정당하고 약한 자와 패한 자는 부당하다든가, 우리의 전쟁은 언제나 정당하고 너희들의 전쟁은 언제나 부당하다’라는 식의 자세를 불교는 택하지 않습니다.

이라크 전쟁에 한국군 파병 문제는 국익의 차원뿐만 아니라, 정의와 자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희들도 후세인 정권이 정의롭지 못한 폭력적 독재정권임을 알고 있고,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이라크에 민주주의와 자유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의 오류는 한 번으로 족합니다. 베트남 전쟁을 상기해 보십시오. 지금 이라크에 전투병을 보낸다는 것은 깊은 수렁에 발을 담그는 것과 동일합니다. 경제적 대가로 참전한 베트남 전쟁의 오욕과 치욕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저희들은 믿습니다. 역사는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명분도 정의도 없는 21세기의 야만으로 기록할 것입니다. 악(惡)을 악(惡)으로, 폭력을 폭력으로 제압하려 했던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바랍니다. 이 추악한 역사에 대한민국이라는 자랑스러운 내 조국의 이름이 기록되지 않기를 말입니다.

더구나 최근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공공의료 확충에 책정된 예산을 90% 이상 깎았습니다. 대략 6천억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저희 <불교소수자의 벗>은 공공의료 예산의 삭감이 혹시 이라크 추가 파병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만약 이라크로 한국군을 파병한다면, 추가 파병은 국익을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 아니라 벼랑 끝에 내몰린 저소득층의 희생을 담보로 결정한 최악의 정책일 것입니다.

물론 현실 정치현장에서 불자이신 (김진재, 도종이, 박헌기, 송광호) 의원님이 보낸 고뇌의 시간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참 고민스러울 것입니다.
“자비냐, 정의냐, 국익이냐!”
냉혹한 한반도의 현실은 자비, 정의와 국익의 절충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도 저희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수보살의 지혜를 배워 국론이 분열되지 않고, 역사에 죄를 짓지 않도록 국회에서 전투병 파병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주시길 바랍니다.

저희 <불교소수자의 벗>은 불자이신 (김진재, 도종이, 박헌기, 송광호) 의원님께 자비의 마음과 부도덕한 전쟁에 동참할 수 없다는 깨달음으로 이라크에 한국군 파병을 국회에서 반대해 주실 것을 존경과 신뢰의 마음으로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불기 2547년 11월 5일

불교소수자의 벗
(외국인노동자인권문화센터 / 홈리스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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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3-11-05 오전 8: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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