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과 같이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하는 정신질환 치료에 선(禪)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지난 11월 1일 한국선문화학회 제2회 월례발표회에서 김준홍(대구정신병원 진료과장) 박사는 ‘알코올 중독치료와 선(禪)’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에 있어서 선의 의미와 활용을 AA12단계와 비교한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김 박사는 “알코올 중독 치료에서 집중력 배양, 충동·분노 조절, 인내력 배양, 불안감 감소, 자존심 증가 등을 목적으로 선을 시행하고 있다”며 “하루 20분씩 아침마다 선을 실천한 환자들의 대부분이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임상 적용 결과를 설명한다.
김 박사는 알코올 중독 치료 가운데 자기반성, 성격적 결함의 인식, 타인에게 끼친 해를 보상, 타인들과 함께 살아가기 등 네가지 원리를 기본으로 하는 AA12단계를 불교의 팔정도와 비교해 설명한다. 김 박사는 “AA12단계가 팔정도와 참선, 대승사상이 포함돼 불교의 수도과정과 매우 유사하다”며 “예를 들어 AA12단계 가운데 1단계는 팔정도의 정견(正見)에 해당돼, 자신이 알코올에 무력하며 생활처리능력이 없음을 올바르게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주현(강원대 의과대학 간호학과) 교수는 “팔정도는 수행 단계가 아닌 수행 원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AA12단계의 각 단계에 팔정도를 대입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으며 팔정도를 기준으로 AA12단계를 비교·검토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며 “이 연구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실험연구 설계를 통한 효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