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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 많던 무형문화재 제도, 바뀔까?-2신
유네스코 총회에서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이 채택되고, 이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무형문화재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의 경우 기능보유자(인간문화재) 선정과 종목의 세분화, 정부차원의 지원 등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할 문제로 지적된다.

영산재는 지난 5월 일응 스님이 입적함에 따라, 영산재 1세대라 할 수 있는 기능보유자의 맥이 끊긴 상황에서 2세대 기능보유자 선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기능보유자의 선정은 후계자에 대한 체계적인 전승교육을 위해 가능한 지정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보유자 선정이 미뤄져 70~80년대의 이수자와 전수자가 지금도 이수자와 전수자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영산재보존회(회장 인공)는 송암 스님, 일운 스님 등 보유자가 열반할 때마다 문화재청에 보유자 선정을 요구해 왔으나, 문화재청에서는 영산재 전수교육조교와 이수자에 대한 자료 조사 등 선행 조사를 이유로 보유자 선정을 미뤄오고 있다.

영산재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지적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선정종목의 세분화다. 실제로 판소리의 경우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등에 기능보유자가 따로 지정돼 있다. 영산재는 작법만 해도 나비춤, 바라춤, 범패로 나뉘고, 발우공양에 준비되는 반찬 등 사찰음식도 무형문화로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영산재 이수자인 법현스님(영산재보존회 연수 부원장)은 “현재 범패, 장엄, 작법으로 나뉘어 있는 영산재는 범패만도 짓소리·홑소리·안차비 등으로 세분화될 수 있다”며 “영산재를 세분화해 기능보유자를 선정하면, 보다 원형에 가까운 영산재 보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정부차원의 불교무형문화에 대한 지원과 전문가 육성이 요구된다. 무형문화재의 종목을 세분화할 경우 이를 평가할 전문위원과 문화재청이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 분과내의 위원·전문위원들 가운데 불교의식 전문가는 박범훈(중앙대, 불교음악작곡가) 교수 한 명뿐이다. 또 영산재와 같은 무형문화재를 계승해 나가기 위해서는 재현의식이나 세미나 개최를 위한 정부차원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보유자에 선정되는 조건이 명확하지 않은 점, 복수보유자 선정으로 인한 계승형태 차이와 유파(流波)형성 문제, 전승 취약 종목의 발생 등도 문제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문화재청(청장 노태섭)은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무형문화재 제도와 운영·관리를 합리적이고 개방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10월 27일 밝혔다. 이는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 분과위원회 회의에서 ‘무형문화재 전승체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소위원회’(이하 소위원회)가 구성됨에 따른 발표다. 이번에 꾸려진 소위원회는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 분과 내의 예능, 공예, 민속 관련 문화재위원과 외부 전문위원 11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10월 30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향후 1년간 발전적인 무형문화재 보존·전승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검토할 예정이다. 소위원회에서 제시되는 방안에 대해서는 법령·제도의 개정·보완이 필요한 장기적 개선과제와 운영방법의 변화를 통해 개선 가능한 사항 등 장·단기 과제로 분류해 전승자와 관련 전문가 검토를 통해 일반 국민의 여론을 수렴한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는 이를 통해 △중요무형문화재 종목의 분류체계 합리화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및 보유자·보유단체 지정·인정제의 효율적 운영 △복수보유자 인정에 따른 전승문제의 개선 △전승 취약 종목 등 종목 간 전승의 불균형 해소 △전승자의 전승활동에 대한 평가 및 사후 관리 등 무형문화재 제도가 갖고 있는 주요과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보다 심층적인 연구·조사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무형문화재 제도는 한국 전통 무형문화의 맥을 이어가는 줄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1년간의 소위원회 논의를 거친 2005년 이후, 어떤 무형문화재 제도가 탄생할지 주목된다.
오유진 기자 | e_exist@buddhapia.com
2003-10-30 오전 8: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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