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10.1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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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종교학자가 풀어 쓴 붓다의 일대기
‘낯선’ 시선으로 붓다의 생애를 다시 본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를 담은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책의 지은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의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이슬람과 기독교, 불교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저술로, 이슬람권에서는 ‘세 가지 믿음 사이에 다리를 놓은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역사적 인물로서의 고타마 싯다르타’의 생애와 가르침을 담은 이 책 역시 단순한 ‘붓다의 일대기’가 아니라, ‘불교’라는 가르침에 대한 입문서이자 이 시대에 불교가 갖는 문화사적 의의를 짚어주는 문명비판서로 읽힌다.

우선 지은이는 서양에 축적된 붓다 연구를 바탕으로, 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으로 여겨지는 팔리어 경전에 포착된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에 접근해 들어갔다. 책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았던 기원전 6세기와 5세기의 인도 사회와 사상적 배경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하고 열반에 드는 순간까지의 삶을 추적해 나가는 순서로 쓰여졌다.

하지만 지은이의 목적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삶을 온전히 복원하는데 있지 않았다. 그보다 이 책을 통해 붓다의 삶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찾고자 했다. 그 결과 지은이는 인류의 정신사에서 가장 독특한 시대로 꼽히는 ‘축의 시대(axial era, 기원전 800~200년)’를 배경으로 붓다의 출현이 갖는 의미를 살피고 있다.

‘축의 시대’란 명칭은 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스(1883~1969)가 제안한 것으로, 인류 정신사의 특별한 시기를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 시기에 붓다와 소크라테스, 공자, 노자 등 정신적 선각자들이 나타나 이기주의에 빠져있던 인류에게 보편적 사랑을 역설하고 인간의 존재와 본성과 한계를 깨닫게 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여기에서, 자신의 시대와 인간의 조건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했던 붓다의 삶과 가르침이 오늘날 지니는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붓다와 마찬가지로 폭력이 난무하고, 사람이 사람에게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지은이는 “우리는 붓다가 세상의 무자비함을 ‘붓다의 눈’으로 바라보고, 45년의 생애를 사람들의 고통을 더는 데 바치기로 맹세한 것을 알고 있다. 만약 종교를 믿는 모든 사람들이 그의 모범을 따랐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훌륭한 곳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출간된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기를 읽어 본 독자들이라면, 산스크리트어가 아닌 팔리어로 표기된 ‘담마(다르마)’나 ‘닙바나(니르바나)’ 등이나 ‘출가’를 ‘떠남’으로, ‘귀의하다’를 ‘피난처를 구하다’로, ‘무량심(無量心)’을 ‘가없는 마음’이라고 풀어 쓴 용어가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서양인 연구자의 눈으로 본, 즉 현대 서구인에게 반향된 붓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임에는 분명하다.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푸른숲
1만2천원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3-10-29 오전 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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