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늠 조각전, 서울과 부산서 전시
11월 2일까지 불일미술관에서 열리는 조각가 한기늠의 전시회는 10여년에 걸친 작가 자신의 지난 작업의 역정을 한 자리에 모아 결산하는 자리다. 그래서 작품들을 마주대하면 그간의 변천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대리석과 브론즈를 사용한 작품 대부분이 몇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어선 작가의 구도적 고행의 체취가 묻어난다. 전시 작품들은 한마디로 그것에 대한 증명이다. 전체적으로 그의 작품세계는 크게 셋으로 시기 구분이 되는데, 이탈리아 대리석을 소재로 구도자의 상과 연화(蓮花)를 주제로 한 일련의 초기 작업들과, 브론즈를 통해 다소 추상화 되어간 ‘구도여행’(Seeking the Truth) 시리즈의 인도 시기, 그리고 지중해의 석양을 명상하였던 근작의 회화작품들로 나뉘어 진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작가의 탁월함은 종교적 주제의 현대적 해석과 새로운 표현방식에 있다. 부처상에 치중해온 전통적 불상조각과 달리 한씨의 작품은 선정(禪定)에 든 구도자의 모습을 정신적 깊이를 통해 표상함으로써 불교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염화미소’, ‘자연속에서’, ‘구도여행’ , ‘새가되어’ 등 50여 작품이 선보인다.
백영세 동명정보대 교수는 “작가 한기늠은 종교인이기 이전에 자신의 종교적 체험과 성찰에 의해서 주어지는 관념들과 이미지와 내적 감정들을 작품형식 안에 구체화하고 표현하는 예술가”라며 “불교미술의 또 다른 장르를 제시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11월 17일부터 21일까지는 부산광역시청 전시실에서 ‘ 한기늠 부산展’이 열린다. 서울 (02)733-5322, 부산 (051)888-4747
■11월 2일까지 오원배 ‘소외의 찬미 展’
오원배 화백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인간을 그려 왔다. 오씨의 주제는 오래 전부터 변함이 없었는데, 작품속에 등장하는 그 인간들은 세상의 삶으로부터 자의건 타의건 간에 멀리 소외된 자들이었다. 오씨의 소외에 대한 이런 운명적 집착은 종교적 영향과 결부된다. 불자인 오씨는 항상 고통받고 소외된 자들에게 화폭에서나마 자비와 자유의 날개를 달아 주고 싶어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오원배 화백의 회화전 ‘소외의 찬미’가 11월 2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도 역시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캔버스 위에 펼쳤다. 하지만 작품마다 제목이 없다. 감상하는 사람들 스스로 느끼길 원하도록 배려 하겠다는 작가의 의도때문이다. 다만 초기 작품들에서 보이는 탈을 쓴 후줄근한 인간들,· 싸구려 꽃들이나 그가 파리 유학 중에 그렸던 짐승 같은 인간들로부터 현재의 인물 군상들에 이르기까지 ‘소외된 자들’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묶여 있다.
전시회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은 옷을 걸치지 않은 사람들이 트럼펫이나 바이얼린 등을 연주하는 모습이다. 고독하고 음울해 보이는 사람들이 악기를 통해 아름다운 음성공양을 세상에 펼친다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 활짝 핀 연꽃 등과 같이 오씨의 작품세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었던 신작들도 선보인다.
미술평론가 최태만 교수는 “오원배 화백의 화면(畵面)은 보는 사람의 마음이 머무는 여유로운 장소로 활용될 수 있는 여백으로 작용되고 있다”며 “‘소외’란 주제에 집착해 짓눌림을 강조하기 보다는 그것을 넘어선 의식의 해방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02)720-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