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나무를 얼마나 비비면 불이 일어날까/날마다 젖는 나무를 오늘도 비비고 있다”(‘간화선’ 전문)
지난해 계간 <유심> 봄호에서 ‘한 그루 나무올시다’ 등의 작품으로 신인상을 수상한 효림 스님의 첫 번째 시집 <흔들리는 나무>가 나왔다.
1969년 출가 이후 선방에서 참선에 매진했던 스님은 6월 항쟁을 기점으로 재야 시민운동에 투신한다. 때문에 스님의 시에는 제방선원에서의 참선수행과 불교의 현실참여를 이끌며 얻은 경험들은 시에 그대로 녹아 들어있다.
“가다- 가다/머리털이 희어지고 내 힘 다하면/양지바른 두렁 밑이라도 앉아/내 마지막 종을 울려야지”(‘운수객’)라며 운수납자의 면모를 드러내면서도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먹게 하자”(‘불온한 사상’)며 ‘질기고 모진 목숨’(‘민초’)을 지닌 민초들이 ‘역사의 주인’(‘깨어나라’)이 되자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홍섭 씨는 “오늘날 우리 시단에서 부족한 것은 테크닉도, 언어의 세련도, 새로운 형식의 창조도 아니다. 진실로 부족한 것은 시인이 이끌어 안고 가는 ‘사무침’이다”며 “효림의 시에서는 순정한 정신이 뿜어내는 ‘사무침’이 담겨 있다”고 평가한다.
흔들리는 나무
효림 시집
책만드는집
6천5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