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30년대 불교계의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개항이후 한국 사회에 서구의 근대성과 함께 ‘종교’라는 개념이 유입되면서 불교는 종교적 정체성 찾기를 계속해왔다.” 이는 10월 25일 한국정신문화연구소에서 열린 ‘근대성의 형성과 종교지형의 변동양상’이라는 세미나에서 송현주 연구원이 ‘근대 한국불교의 종교정체성 인식’이라는 논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송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불교 안에서’ 사용되었던 ‘종교’라는 말이 주객이 전도되어 ‘종교 속에’ 불교를 포함시키는 의미의 역전현상을 낳았다”며 “불교는 과연 이 종교라는 개념의 범주를 통해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송 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기독교가 제기한 불교의 종교 정체성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 한용운, 박한영, 김종천 등은 불교가 철학과 조화를 이룬 ‘철학적 종교’라고 주장하며 스스로의 종교적 입지를 확보했다. 또 불교는 ‘무신론이지만 모든 종교보다 고등한 발전단계’라는 것과 ‘해탈을 중심으로 한 선정의 종교로서 고유의 특징을 지닌다’는 답변을 통해 불교의 종교정체성에 대한 논란을 해소해나갔다.
송 연구원은 “이를 통해 불교는 서구 종교개념이나 기독교 중심적 신의 개념에 대립한 종교로서의 불교가 아니라, 많은 종교 가운데 하나의 ‘고유한 특성을 지닌’ 종교로서 불교의 위치를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비로소 수구적이고 방어적인 자세에서 탈피해 자신의 고유한 존재의미를 드러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