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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선 지난 40여년이 곧 한국미술사연구회장인 문명대 교수(63, 동국대 미술사학과)의 학문 역정(歷程)이었다.
그동안 문 교수가 의문을 하나씩 풀어 나가면서 집필한 논문만도 100여 편에 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우리 선인들이 불교 미술을 보고 느낀 것은 영험함, 나아가 영험성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삼국유사> 등의 기록에서 자주 나타나는 '영험(靈驗)'이나 '영험성(靈驗性)'은 비록 추상적인 용어지만, 이것은 우리 역사를 관류하는 하나의 진실로서, 미술가치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 미술의 조형의지와 미술사의 원리가 곧 ‘영험’에 있다고 문 교수는 말한다.
"불교의 영험성은 일반적인 의미와 달리 불교의 핵심 교리인 연기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좋은 인(因)을 지음으로써 좋은 결과인 영험이 나타난다는 원리는 연기적 영험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영험성의 원리를 직간접적으로 추구해 온 논문 92편을 선별해 시대별로 정리한 책이 최근 선보인 <한국의 불상 조각>이다. 책은 삼국시대의 불교조각사 연구를 모은 '관불(觀佛)과 고졸미(古拙美)'를 비롯해 통일신라시대를 담은 1권 '원음(圓音)과 고전미'와 2권 '원음과 적조미(寂照美)', 고려와 조선시대의 불교조각사를 담은 '삼매와 평담미(平淡美)'의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교 사상과 관련지어 붙인 각 권의 제목은 지은이가 <한국조각사>(열화당, 1980년)에서부터 시도해 왔던 것으로, 당대 불상 조각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나타냄과 동시에 지은이의 미술사관을 뚜렷이 부각시키고 있다.
"시대에 따라 예술 작품의 형태가 변하듯, 불상에는 당시 우리 민족의 이상형이 담겨 있습니다. 삼국시대에는 청순 고졸한 미를, 통일신라시대에는 고전적이고 원숙한 아름다움을 추구한 것이 불상에서 그대로 나타납니다. 또한 불교가 국교(國敎)였던 고려시대에는 민중들의 염원과 소담하고 단아한 미를, 조선시대에는 푸근하고 평담한 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7일 서울 타워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연 문 교수는 "평소 한국 불상에 관한 논문을 집대성해 보고 싶었다"며 "우리나라 불상 조각의 최고 걸작인 토함산 석굴암 불상에 대한 논문을 모은 <토함산 석굴>(한.언, 2000)을 포함해 <한국의 불상 조각>은 모두 5권이 되는 셈"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미술사학계 원로 진홍섭 교수를 비롯한 지인들은 "이번 논문집은 문 교수 학문의 최종 성과물이 아니라 중간 점검 정도"라고 말한다. 정년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우리 불교미술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간다라 지역의 불교미술을 분석하는 학술연구를 2005년까지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의 불화> 개정판을 준비하는 등 문 교수의 학문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미술사연구의 전기를 마련한 문 교수의 끊이지 않는 연구 성과를 미술사학계 모두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