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서울 월곡동에 자리한 진각종 총인원(總印院)에 진각종의 성직자인 스승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일년에 두 번 열리는 스승강공에 참여하기 위해 해외를 비롯한 전국에서 총인원을 찾은 것이다.
진각종의 스승 강공은 종조 회당 대종사의 가르침을 비롯한 교법과 교리를 연찬하고, 새로운 교화방편, 종무행정과 심인당(사원) 운영에 관한 방침을 제시하는 자리다. 교법 논강과 토론, 전법관정, 스승총회, 선대열반스승 추념불사(추모다례), 중앙종의회 등으로 구성되면서도 교법 논강과 토론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회당 대종사의 부도탑을 본존으로 적멸보궁의 형태를 취한 무진설법전에서 예를 올리는 의식인 예참시간, 진갈색 법의를 입고 일제히 금강지권(밀교의 결인법 중 하나)을 한 200여 스승의 표정에서 강공을 맞는 결연한 의지가 묻어난다. 매년 두 번씩 여는 의례적인 자리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스승강공은 지위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한 자리에서 교법과 사상을 논하는 진각종의 아름다운 전통이다. 또한 ‘신생종단’ ‘밀교’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한국불교 중심 종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모든 스승의 결연한 의지를 모으는 특별한 모임이다. 진각종이 1947년 개창한 이래 한국불교 4대 종단에 오를 만큼 위상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다짐과 성찰을 통해 모든 스승들이 함께 일구어낸 결과였다.
그러나 진각종의 의식과 의제 등은 불자들에게 여전히 생소하다. 스승으로 불리는 유발 성직자를 비롯해 심인당으로 불리는 불상을 모시지 않는 사찰, 승복과 크게 다른 복식, 매월 월초에 올리는 불공, 자성일(자기의 성품을 닦아 밝히는 날이라는 뜻으로 일요일을 지칭함)을 기준으로 한 신행패턴 등 일반적인 한국불교와는 크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밀교 중흥과 생활불교, 현세정화, 심인 구현을 이념으로 창종 당시부터 기존 불교와 차별성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21일 오후 1시부터 22일 오전까지 교법 논강과 토론이 이어졌다. 강론에 밝은 스승이 강단에 올라 강의를 하고, 이어 정사(남자 스승)와 전수(여자 스승) 구분 없이 자신의 수행과 경험에 비추어 토론을 벌이는 현장의 열기는 갑자기 몰아친 추위를 몰아낼 만큼 후끈 달아올랐다.
3명의 중앙종의회 의원 선출을 위해 22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열린 스승총회는 진각종의 의사결정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특별한 자리였다. 종헌종법에 규정된 종의회 의원의 자격을 갖춘 20명의 스승이 후보가 됐다. 재적 스승 194명 가운데 투표권이 있는 현직 스승 173명은 후보 가운데 3표를 행사했다.
전체 37명의 종의회 의원 선출을 위한 투표라면 37명을 찍을 수 있다. 다득표자가 종의회 의원으로 당선되지만, 동점자가 나올 경우 재투표를 하지 않고 당사자간 합의를 통해 당선자를 결정한다. 어찌보면 번거로워 보이는 진각종의 투표법은 모든 스승의 뜻을 그대로 반영한 민주적인 방식인 셈이다. 이날 보궐선거에서는 정훈 정사(복전심인당 주교), 효명 정사(교석심인당 주교), 대원심 전수(실각심인당 주교)가 종의회 의원으로 당선됐다.
스승총회를 마치고 전체 스승들은 중생교화와 종단발전을 위해 한 생을 바치고 열반에 든 진각종의 선대스승을 추모하는 추념불사 장소인 무진설법전으로 모여들었다. 혜일 총인의 점촉과 훈향(헌향)을 시작으로 효암 통리원장이 70영위의 선대스승을 봉청했다. 봉청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효암 통리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선대스승을 떠올리며 흐느꼈다. 교화와 수행에 전념하는 성직자이면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추념불사에 참석한 전체 스승들은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중생제도의 죽비를 들고 불철주야 용맹정진의 공덕으로 일선 교화에 나섰던 선대스승들의 숭고한 정신을 가슴에 담고 자신에게 주어진 교화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