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교정원장이면 전통불교 각종단의 총무원장에 해당된다. 창종 88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원불교에서 이번 그 교정원장에 처음으로 여성교무를 선임, 국내 종교계 전체에 참신한 본보기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오랜 역사적·사회적 환경들이 만들어 온 불교 전통 중에는 부처님 법에 어긋나는 관행과 계율이 있어 오래전부터 이의 혁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대표적 예가 비구, 비구니스님의 차별이다.
비구니스님이 폄하되고 있는 대표적 계율인 비구니 팔경계 역시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이 아닌 경전 성립 당시의 사회현실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금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전통이 갖기 쉬운 경직되고 잘못된 관행과 계율은 하루빨리 고쳐야 함에도 전통 불교종단에서의 개선 움직임은 왜 그리 느리기만 한가.
대표종단인 조계종의 경우만 해도 상징성이나 영향력을 지닌 교단 내 최고위 행정직에 비구니스님의 진출은 전적으로 배제돼 있다. 이는 남녀평등이 구현되고 있는 사회적 변화에도 한참 뒤떨어진다.
평등사상의 부처님 가르침은 물론 불교가 미래를 이끌 종교임을 자임한다면 가장 먼저 비구 비구니스님의 차별부터 없애야 할 것이다.
학문적 성취도나 수행의 깊이 등 그 성과로 세계적 인지도를 얻고 있는 한국의 비구니 스님들이다. 한국불교의 세계적 위상은 이들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 활용함으로써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