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과 이창동 문광부 장관이 10월 21일 오후 2시 총무원장실에서 만나 북한산 문제를 놓고 1시간 동안 의견을 교환했다.
먼저 이 장관은 문광부가 공론조사를 맡게 된 배경에 대해 “문광부가 종교를 담당해왔고 정부와 불교계의 불신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판단해 주관하게 됐다. 문광부가 하는 것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장스님은 “공약은 정치적 사안이었으며, 이것(공약)을 그렇게(공론조사) 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으로서 그렇게 할 일이 아니다”며 공약을 이행할 것을 우선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법장스님은 공론조사와 관련해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법장스님은 “공론조사를 하더라도 관통노선에 대해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식은 안된다. 대안노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관통노선이냐 대안노선이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론조사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법장스님은 또 “대안노선에 대해서도 기존 노선과 마찬가지로 정밀한 조사를 해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 뒤에 공론조사를 하더라도 해야 할 것이다. 대안노선에 실측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은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며 공론조사에 앞서 대안노선에 대한 실측을 요구했다.
이어 법장스님은 “이 두 가지 전제 외에 노선재검토위의 최종 보고서가 참여 전문가 합의에 의해 정상적으로 나와야 한다”며 정부에 대한 불교계의 불신을 먼저 씻는 것이 선결조건임을 강조했다.
법장스님의 말을 종합하면, 윈칙적으로는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되, 공론조사를 하더라도 위 3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장스님의 견해에 대해 이 장관은 “의제(공론조사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는 같이 만들어 갈 수 있고, 공론조사를 하더라도 제로베이스(백지상태)에서 할 것이다. 그러나 대안노선 실측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공론조사를 하면서 함께 병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이날 법장스님과 이 장관의 만남은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일 뿐 어떤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며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법장스님이 공약이행을 촉구하면서도, 공론조사와 관련한 몇 가지 전제조건을 내세웠다는 것은 그동안 공론조사 반대입장을 견지해왔던 것에서, 전제조건이 충족될 시 공론조사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산 문제가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