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목없는 부처가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원래 만들때부터 목이 없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이것들이 조선시대 불교탄압의 증거란 사실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와같이 조선왕조 5백년간 계속된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이 당시 절을 망하게 했고, 승려들을 혹독한 부역에 내몰았으며, 궁극적으로는 불교 폐지론까지 제기 됐지요.”
시인이자 소설가인 정동주(55) 씨가 조선시대 불교탄압 정책의 실상을 문헌고증을 통해 파헤친 <부처, 통곡하다>를 출간했다. 정씨가 한국문화와 한국인의 정체성에 관한 연구작업을 진행하면서 그 결과물로 내놓는 ‘한국의 뿌리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저자는 6개월 이상 <조선왕조실록>과 씨름하며 불교박해 내용만 새롭게 추려 사건순으로 정돈했다. 또 부족한 부분은 성수, 고송, 수산, 도성, 천운 스님 등 선지식들을 찾아다니며 생생한 사연들을 모았다.
저자에 따르면 사찰에 부과된 부역의 종류는 100여가지가 넘었는데, 이를 감당해야 하는 승려들에게는 다른 부역이 따로 부과됐다. 산성과 왕릉, 궁궐을 짓는 공사에 동원되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승려들은 임금조차 받을 수 없어 빌어먹거나 대부분 굶어야 했고 급기야는 고통을 참지 못해 도망을 가기도 했다. 결국 포나 돈으로 부역을 대신하도록 했으나 이미 사찰 소유의 토지나 기물을 유생들에게 빼앗겨 버린 승려들에게는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그러자 세속의 부모나 친지에게까지 죄를 물리는 연좌제까지 등장했다.
“불교탄압은 성종과 연산군을 거쳐 중종, 명종 시대에 가장 심했습니다. 특히 연산군은 ‘절을 기생방으로 만들고, 비구니를 기생으로 삼아라’(원각사), ‘절에 조상의 묘를 세우라’(회암사), ‘부역을 감당할 수 없다면 절이라도 바쳐라’(범어사, 불갑사) 등 강도 높은 폭정을 저질렀지요.”
이렇게 불교가 억제되는 가운데 불상의 눈에서 피가 흐르거나 땀이 나는 등 도저히 믿기 어려운 변고가 생기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유생들은 불상을 우물에 던져 넣거나 불태우고 목을 쳐서 불상의 머리를 떼어냈다. 불교는 민중들을 현혹시켜 나라를 어지럽히는 죄를 지었으므로 사형에 처한다는 이유에서 였다.
“세계 종교 탄압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 조선시대에 자행됐습니다. 요즘 자신의 견해와 다르면 무조건 배척하는 경향이 강한데 바로 이런 것들이 조선시대 유생들의 불교탄압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제는 과거의 역사를 반성하고 상생과 화합의 역사를 만들어나가야 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쓰게 됐지요.”
이런 집필 의도에 따라 정씨는 조선시대 유생들이 불교 탄압을 위해 올린 15만건의 상소문중 가장 자극적이고 극렬했던 것들 107개를 따로 모아 이 책에서 한 장(章)으로 묶어 놓기도 했다. 정씨는 10월 18일부터 내년 4월까지 총 28강에 걸쳐 매주 토요일 오전 9시10분부터 50분간 ‘조선불교탄압사 부처 통곡하다’란 제목으로 불교 TV에서 강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