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철판, 점과 선, 여백과 조응, 만남과 관계는 조각가이자 화가인 이우환(67)씨의 작품 세계로 들어가는 프롤로그다. 그는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린 것에서 그리지 않은 것을 작품의 소재로 즐긴다. ‘텅 빈 화면에 단 한 번의 붓질로 무엇을 발산하는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저것, 저 사물은 진짜인가’ 식이다.
서울 순화동 호암갤러리와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11월 16일까지 이어지는 ‘이우환-만남을 찾아서’는 오랫동안 일본과 유럽에서 활동하던 이우환씨가 69점의 대표작을 풀어놓은 회고전이다.
‘점에서’와 ‘선에서’ 연작에 드러나는 그리지 않은 빈 공간은 서구식 여백이나 공백과는 다르다. 붓을 들어 물감이 다할 때까지 긋다 끝나는 행위 속에는 나를 줄이고 상대를 튀어 오르게 하는 상호작용이 있다. 이우환식 여백이다. 그에게 여백은 침묵의 영역이다. 가까이 있는 것,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인연이 부딪쳐 일으키는 긴장된 만남의 장이다. (02)734-6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