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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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웡ㆍ지멜로 교수가 말하는 한국불교 '충고'
미국에서 동아시아 불교를 강의하는 조지메이슨 대학 철학·종교학과 쿠웡 투 뉴엔(Cuong Tu Nguyen) 교수와 하버드 대학 언어·문명학과 로버트 지멜로(Robert Gimello, 하버드 대학) 교수가 10월 16~17일 이틀간 열린 성철스님 열반 10주기 추모 학술대회 “깨달음의 문화적 지평과 그 의미” 참석차 일시 입국했다. 왜소한 체구에 조용한 목소리, 손질하지 않은 듯한 긴 머리의 쿠웡 교수와 큰 덩치에 흰 콧수염을 기른 전형적인 미국 중년 남성 같은 지멜로 교수. 동양인과 서양인이라는 차이만큼이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전혀 다른 이 두 교수의 공통점은 둘 다 미국에서 동아시아 불교를 강의한다는 점이다. 쿠웡 교수는 베트남 호치민 시에서 불교대학을 졸업한 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하버드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우연히 신라 원측 스님613~696)의 <해심밀경소>를 읽고, 원측 스님의 위대성을 발견해 연구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멜로 교수는 동아시아 불교 가운데에서도 중국 불교학 전문가로 최근에는 준제보살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서양에서 명상에 대한 관심과 불교신자, 불교학전공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티베트·중국 불교에 비해 한국불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불교를 전공한 두 외국인 교수에게서 한국불교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과 직접 경험한 후의 느낌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와 현대사회에서 불교의 역할과 불교의 사회참여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동아시아 불교학 전공자로써 한국불교에 대해 평소 어떤 느낌, 생각을 갖고 있었는가? ‘아시아 불교’하면 티베트·중국·일본을 떠올리는 서양에서 동아시아 불교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에게는 과연 한국불교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 쿠웡 교수 : 미국에서 한국인 제자들을 가르칠 때 한국 불교에 대해 상상한 적이 있다. 한국인 제자 가운데 기독교신자들은 매우 활발하고 외양적인 성격이었던 반면, 불교신자들은 자신이 불교신자임을 드러내는데 굉장히 소극적이었다. 아시아적 가치를 언급하는 보고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보고 ‘도대체 한국불교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당시 한국의 종교인구 수치 변동 조사 결과에 기독교 신자는 증가하는 반면, 불교 신자는 감소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불교의 활약상이 적을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며칠밖에 안되었지만, 이곳에서 직접 본 한국불교의 모습은 상상과는 달랐다. 한국 불교는 활기차고, 발전하고 있었다. 실제로 불자들은 자신감에 차있었고 비구·비구니의 활발한 활동이 눈에 보였다. 이 같은 상상과 실제의 차이는 내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미국에 돌아가면 잡지나 신문에 한국불교에 대해 이번에 느낀 점을 기고할 생각도 갖고 있다.

- 지멜로 교수: 중국불교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중국불교와 한국불교를 비교해 보게 되는데, 나는 한국불교에서 ‘살아있는’ 불교의 전통을 찾을 수 있었다. 한국불교가 중국에서 전래될 때에는 상당히 비슷했지만, 지금은 다른 모습이다. 중국에는 사라진 전통이 한국에서는 아직도 이어져,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지눌과 관련한 학술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날 돈오점수, 돈오돈수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이뤄졌다. 수천 년 전 사상에 대한 해석 논쟁이 이처럼 활발하게 이뤄지는 현장은 내게 ‘살아 숨쉬는’ 한국 불교를 보여주었다.

▲ 두 분 모두 한국불교를 외부에서 볼 때와 실제로 접할 때의 모습이 ‘다르다’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이는 결국 한국 불교가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그렇다면 한국 불교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내세울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지멜로 교수 : 국제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한다. 몇 년 전 대만에 갔을 때 대만 스님들과 한국 스님들이 각자의 불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들의 대화가 깊어질수록 각 국의 불교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다.

▲ 향후 불교가 현대인의 삶에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쿠웡 교수 : 불교는 분명 미래사회에서 사람들의 정신세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며칠 전 유럽에서 교회를 찾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 있다. 기독교가 교회에 반드시 와야 한다는 일정한 틀을 신자들에게 강요하는 반면, 불교는 교리는 있으나 틀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탈하는 기독교 신자들을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불교를 우연히 접한 이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불교가 정신적, 심리적인 측면에서 이들에게 접근하고, 사람들간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종교이기 때문에 변화하는 인간관계, 흔들리는 사회에서도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불교신자들이 어떻게 활동하는가에 따라 가능성의 크기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불자들의 역할에 따라 불교의 사회적 위상은 달라질 것이다.

▲ 그렇다면 불자, 불교가 현대사회의 문제에 개입, 사회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쿠웡 교수 : 불교가 사회활동과 반드시 연관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불교의 사회활동이 불교를 알리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달라이 라마의 경우만 봐도 불교를 모르고 불자가 아닌 사람들도 달라이 라마를 인류의 스승으로 존경하는 모습을 보이며, 동시에 불교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된다.

- 지멜로 교수 : 솔직히 말해, 서구 사회나 대만, 중국에서는 불교의 사회참여에 대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다. 그러나 사회적 역할이 너무 강조되면 불교의 근본, 정수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스님과 수행자가 스님과 수행자로 남기를 바란다. 사람들은 정토를 꿈꾼다. 중요한 것은 현실을 정토로 가꿔나가는 것이다. 정토에 대한 생각도 사람들마다 다르다. 현재를 예토(穢土)로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정토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의 의견을 토대로 정토에 급격한 변화보다는 정토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서서히 변해가는 것이 불교의 정수를 지키는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유진 기자 | e_exist@buddhapia.com
2003-10-20 오전 8: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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