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는 장애가 아니다. 안 보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손끝으로 읽고, 마음으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혜광맹인불자회가 최근 ‘의미 있는’ 불사를 시작했다. 점자ㆍ음성경전 발간 불사 기금 마련을 위해 침술ㆍ안마봉사단 ‘자비손’을 발족한 것. 중증 시각장애인 불자 회원 15명이 뭉쳤고, 구체적인 추진 계획도 내놓았다. 첫 봉사는 오는 11월 2일 강남 봉은사에서 신도들을 대상으로 무료 침술ㆍ안마 활동을 벌이고, 매월 한 차례씩 전국의 사찰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야말로 봉사할 수 있는 장소만 제공된다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포부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시각장애인 불자들의 이 같은 활동은 그간 열악한 장애인 불자들의 신행여건을 스스로 개선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더 이상 동정(?) 받지 않겠다는 의미다. 지난 89년 창립이후 종로 태일빌딩, 청량리 한국불교교화원 등 월세법당을 전전하던 혜광맹인불자회가 ‘자비손’ 봉사단을 결성한 것은 장애인 신행의 적극성을 알리고, ‘점자ㆍ음성 경전’ 발간 기금 조성에 있다.
혜광맹인불자회 유정종 회장은 “불교는 다른 종교 단체들에 비해, 시각장애인의 신행생활을 위한 지원이 무관심할 정도로 부족하다”며 “자발적인 시각장애인 불자들이 정상인 못지않게 열심히 신행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 조금이나마 불교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실 불교계의 장애인 포교는 말 그대로 ‘불모지’다. 장애인 불자 수는 점점 줄어 들고 자연히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혜광맹인불자회의 ‘자비손’ 봉사단 발족은 소극적인 기복신행에 머무는 일반불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몸은 불편하지만, 스스로 신행환경을 바꾸려는 이들 시각장애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