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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세상보기> 가난의 대물림, 그들에게 희망을
송일호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사회적으로 부가 편중되고 가난이 대물림되면서 사회의 갈등이 심화되는 이른바 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외환위기 이후 더욱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분배보다 성장위주의 정책이 선호시 되었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이라는 현상이 단지 국민소득수준의 상승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발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빈곤을 극복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있다면, 경제의 양적 성장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의 편중화 현상의 최종적 책임은 국가에 있는 것이다.

한 세대의 경제적 지위가 다음 세대로 대물림 되는 과정에서 다음의 세 가지가 요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첫째, 세대간의 물질적 재산의 상속이며, 둘째는 교육기회와 관련되는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이며, 세 번째는 결혼의 관습으로서 결혼의 두 당사자가 가진 경제적 배경이 비슷한 경우가 많으면 많을수록 불평등이 고착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 세 가지 요소중에서 마지막 요소는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사항이므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소에 대한 개선책이 마련되어야겠다.

먼저 세대간의 재산상속에 관해 살펴보면 그 동안 개인적인 부의 축적이 엄청난 규모로 진전되어 왔음에 비해 상속세나 소득세를 통한 평준화의 효과는 지극히 미미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최상위층의 상속세 및 증여세 납부실적을 검토해 볼 때 평준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 채 막대한 부가 고스란히 다음 세대로 이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불합리한 상속세나 증여세에 대한 세제개편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인적자본 투자량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경제학적으로 살펴보면 사람마다 학력이나 기술 등 인적자본에 대한 축적이 서로 다르고 이것이 노동의 생산성 격차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는 소득의 격차로 이어진다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논리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교육에 의한 지식과 기술의 습득을 통해 소득창출능력을 증진시키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국가는 만인에게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최우선적으로 그동안 교육의 기회를 소외당한 계층, 즉 저소득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우선적이며 집중적인 인재육성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요즘의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공부는 가난한 집 자식이 더 잘한다”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 관념이 급격히 변해 가고 있음을 본다.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은 오히려 예전과 달리 동기를 저하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으로는 경제적 배경을 통한 체계적인 뒷받침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들은 구체적 근거를 토대로 도출된 결론이 아니어서 앞으로 엄밀한 실증적 검토를 받아야 하지만 경제적 배경과 교육에서의 성취도 사이의 상관관계가 점차 커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국가는 저소득층의 경제적 배경이 되어주어야 한다. 이것만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저소득층에게 자생력을 불어넣고 그들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방법에 의해 육성된 인재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등장함으로써 소득의 재분배와 부의 편중화 현상은 서서히 완화되어 갈 것이다.
2003-10-17 오후 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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