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고등ㆍ대학교에서 가사장삼을 두룬 스님을 지도교사 또는 교수로 만난다? 최근 들어 아시아 지역이 아닌 유럽, 미국 등 서양의 학생들이 선택 혹은 필수 과목으로 스님의 지도를 받는 모습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서구 학교 내에서 명상을 비롯한 불교 강의가 정규 수업과정으로 생겨나고, 학생들의 불교동아리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들의 몸과 마음의 건전한 조화를 위한 학교 측의 배려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국 웨일스 남부의 카디프 시는 올해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롭카(Ropka)’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도움과 보시를 의미하는 티베트어에서 이름을 따온 롭카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명상 등 불교식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2002년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West Point Academy)에서는 명상을 주제로 강의를 개설하고, 하버드 대학교 법학 학술지 ‘하버드 로 리뷰(Havard Law Review)’는 불교와 명상을 특집기사로 다루는 등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밖에도 아이오와 페어필드의 마하리쉬 대학교와 초ㆍ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매일 두 번씩 함께 명상한다.
독일에서는 명상과 같은 수행법만이 아닌 부처님의 생애, 교리 등을 종합적으로 가르치는 불교수업이 정규과목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중ㆍ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베를린의 공립학교 샤로튼버그(Charlottenburg)·존레논(John Lennon) 김나지움에서는 지난 8월부터 중2 학생들에게 불교의 자비와 관용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불교를 교과시간표에 편성했다.
또한 독일 뒤셀도르프의 알버트 아인슈타인 김나지움(Albert-Einstein Gymnasium)의 학생들은 종교수업의 일환으로 인근 한마음선원 독일지원을 방문해 선차(禪茶)를 체험하고 스님과 문답을 하는 등, 불교 특강을 갖기도 했다.
캠퍼스에 명상과 불법의 기쁨을 전파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 뉴 멕시코 대학(UNM)의 제니퍼 헤이그(Jennifer Haig) 양은 얼마 전 학생 명상 모임을 조직했다. 그는 “학생들의 일과는 스트레스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며 “명상 모임의 목적은 학생들과 교직원이 명상을 통해 정신적 피로를 떨쳐내고 스스로 행복해 질 수 있음을 자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모임을 지도하는 켈상 곰람(Kelsang Gomlam) 스님은 “학생들이 학업 등에서 비롯된 과도한 집착을 털어버릴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캠퍼스에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쁜 삶을 한숨 돌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라며 학생포교에 매진하고 있다.
학생들 또한 수업을 통해 명상을 접한 뒤 긍정적인 반응이다. 뉴 멕시코 대 3학년 스테판 갈빙 밀러 군은 “명상은 하루 중에서 휴식을 취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방법입니다. 그보다 더 좋은 점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준다는데 있죠”라고 명상수업을 극찬한다.
이처럼 서구의 학교에서 명상을 비롯한 불교강의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이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데 있다. 한국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쉴 틈 없는 학업일정과 과제 등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피로한 그들에게 불교의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마음을 올바로 닦는 법을 지도한다. 이를 통해 예민한 시기의 사춘기 학생들이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얻을 수 있어 불교수업을 진행하는 학교와 지역사회는 청소년의 탈선을 막고,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는데도 효과적이라는 게 청소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