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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전서> 영역 사업 진행 중인 박성배 교수
“<원효전서>를 영역하면서 번역자 각자의 시각차이로 인한 번역상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은 출간할 예정이다. 출간 후 이에 대한 지적이 제2의 논의, 논문발표로 이어진다면 그것 역시 학문발전 과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0일 아주대에서 열린 ‘21세기 한국학 국제학술세미나’ 참석차 입국한 박성배(스토니 브룩 뉴욕주립대) 교수는 <원효전서> 영역 작업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 교수는 10일 한국학 세미나에서도 ‘동양고전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논문 발표를 통해 오늘날 고전 읽기의 오독과 그에 따른 왜곡 사례를 발표했다.

박 교수는 현재 국제원효학회가 진행하는 <원효전서> 영역 사업에서 <대승기신론소>의 초역을 마치고 서론을 작성하고 있다. 원효 스님의 현존 저술 23종을 영어로 번역하는 <원효전서> 총 5권은 2006년 동국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완간될 예정이다.

그동안 원효 연구를 통해 박 교수가 느낀 원효 스님은 앎과 삶이 하나된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다. 박 교수는 “원효 스님은 학문적 소질이 대단하다. 당시의 학문은 지금처럼 ‘지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삶이 주인 된, 인생 자체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인생에 대한 성찰을 남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해 내는 것이 바로 학문이라 할 때 원효 스님은 탁월한 학문적 소질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는 원효 스님을 신화화하는 연구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신화화’ ‘전설화’의 베일을 벗겨, 7세기에 생존했던 원효 스님의 인간적인 면을 연구해야한다”고 말하는 박 교수는 “누군가에게 배우기 위해서는 ‘그도 나와 같은 사람이다’라는 전제가 필수적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나와는 다른 성인(聖人)이다’라는 인식은 배우는 이의 게으름이나 현실안주를 합리화해 진정한 공부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원효전서> 영역 작업 후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박 교수는 “한국의 불자들이 좋아하는 <금강경> 같은 불경들을 나의 이해에 근거해, 내가 쓰는 현대 언어로 재구성해 책으로 엮어보고 싶다”며 “타 종교 서적 재구성에도 관심이 있어 ‘불교인이 쓰는 <요한복음>’같은 글을 통해 사상적 교통의 장을 마련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말한다.

이미 고희를 넘긴 노장이지만, 희끗희끗한 흰머리와 약간의 주름만으로는 나이를 점쳐볼 수 없을 만큼 정정해 보이는 박 교수. “부처님께서 <원효전서> 영역작업이란 소임을 주시면서 건강도 함께 주셨나보다”라 말하는 모습에서 흡사 ‘학문적 소질’을 갖춘 학자를 만난 느낌이었다.
오유진 기자 | e_exist@buddhapia.com
2003-10-16 오전 8: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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