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 ‘성주괴공’.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와 사물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자연스런 생명 활동인 것이다. 그런데 그 자연스러움이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는 죄악이나 형벌에 가까워지고 있다.
10월 2일은 ‘노인의 날’ 이었다. 하지만 노인들에게는 가장 괴로운 날이었을 것이다. ‘무르익은 삶’을 즐기는 게 아니라 ‘아직 죽지 못한’ 모진 목숨을 이어가는 신세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61세 이상) 10만명 당 62명이 ‘자살’이라는 최악의 방식으로 삶을 마감한다고 한다. 숫자에 둔감한 사람들은 이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전체 국민 자살률의 2.3배에 이르는 수치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지금 이 땅의 노인들 ‘불행지수’는 한국민 전체의 2.3배다.
노인 자살의 주 원인은 결국 ‘돈’이다. 생활고에 따른 소외감과 고독감이 자살의 주된 원인인 것이다. 물론 자녀들의 학대에 의한 자살도 있었지만, 그 또한 경제력과 무관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일자리 창출이나 고령자 채용을 의무화 할 수 있도록 관련법령을 정비하는 등 정부차원의 노력이 시급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노인 자살을 막을 수 없다. 노인이기 전에 ‘사람’으로서의 존엄성이 존중되어야 하며, 그 노력은 생명 존엄을 일깨우는 것과 함께 ‘피난처’ 제공에 모아져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범불교적 노력이 구체화돼야 할 때다. 중생의 고통을 가장 크게 받아들이는 것이 불교라는 종교의 존재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