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속 알아차림 강조
“좌선을 통해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다’(예를 들면 특별한 명석함, 통찰력, 마음의 고요 등)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아마도 이러한 현상들이 발생하겠지만, 혼란과 좌절 또는 불안 등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생각들을 잔잔하게 바라보는 것이 핵심입니다.”(‘살아있는 선(Nothing Special : Living Zen)’ 중에서)
진정한 서구의 선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샤로테 조코 벡(Charlotte Joko Beck). 그녀는 미국에서 선의 전통을 잇고 있는 보기 드문 선(禪) 마스터 중의 한명으로서 선을 실천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선의 길(Taking the Path of Zen)>의 저자 로버트 아이트겐(Robert Aitken)은 조코 벡의 선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녀의 가르침은 시간을 초월하는 동시에 언제나 핵심을 찌른다. 매일 벌어지는 일상사와 사건들에 대한 그녀의 은유들은 나의 평범한 삶을 밝게 비추어주었다. 그녀의 ‘하나도 특별할 것이 없는 선’은 생동적이며 깨어있는 삶을 가능하게 한다.” 아이트겐의 평가에서 엿볼 수 있듯이 조코 벡의 선은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 수행에 대한 그녀의 정의는 이런 관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진정한 수행이란 그 자체의 목적을 떠난, 기술이나 공안(公案, 화두) 또는 여타의 것이 아니라 당신과 타인의 삶의 변화에 관한 것임을 유념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빠른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의 수행은 우리 인생에 관한 것이기에, 우리는 죽을 때까지 닦아야 하는 것입니다.”(‘살아있는 선’ 중에서)
모든 수행을 ‘정신적 과정에 대한 관찰’과 ‘육체적 감각에 대한 인식’으로 분류하는 그녀의 좌선에 대한 관점도 독특하다. 조코 벡은 “먼저 앉으려는 의도를 알아야 합니다. 거기에는 ‘더 이상 나아갈 곳도, 얻을 것도 없음’을 인식해야만 합니다. 깨달음에 집착하는 생각까지 알아차리세요.”라고 당부한다.
또한 그녀는 직장인 등 재가자를 위해서는 가능한 날마다 좌선할 것을 권한다. 만약 스스로 거부하는 생각들이 일어난다면, 그 사념들이 번뇌 망상임을 알아채라고 한다. 다른 잡념들과 마찬가지로 그런 생각들이 수행자를 지배하지 않도록 유의하되, 단지 의식의 흐름들을 관찰하라고 말한다.
“1주일에 한번은 보통 때보다 10~15분 길게 좌선해 보세요. 그러나 좌선이 고통스러워서는 안됩니다. 정신이 없을 때도 좌선을 회피하진 마세요. 아무리 어려운 순간이라도, 그때가 앉아야 할 결정적인 순간입니다.”(평상심선원(www.ordinarymindzen.org) 홈페이지 중에서)
조코 벡은 좌선을 통해 무엇인가를 얻으려 하는 인위적인 수행을 거부한다. 즉 좌선을 통해 평화와 무아지경으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며, 그러한 상태는 매혹적이지만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대신 일상 생활 가운데서 가십(gossip)이나 불평불만, 타인과 자신에 대한 판단, 뛰어남과 열등함에 대한 생각들을 세밀하게 알아챌 것을 강조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위빠사나 지도자인 잭 콘필드(Jack Kornfield)는 이러한 조코 벡의 지도방침에 대해 “그녀의 깊은 지혜에서 나온 가르침은 강력하면서도 명확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 불교에 대한 평범하면서도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