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더욱이 주 5일 근무제가 시작된 요즘 음악, 미술, 연극, 무용 등 각종 문화 공연과 상품에 일반인들의 관심이 많이 쏠리고 있다. 때론 거리의 벽보판을 도배하다시피 한 공연 홍보물의 범람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하지만 불교문화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부처님오신날 전후나 가을에 공연들이 집중돼 있어 상설로 즐기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장르별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뚜렷한 실정이다. 음악공연과 미술 전시는 많은 반면 연극과 무용 등에 대한 공연물들은 가물에 콩나듯이 있다. 여기에 레저 건강문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찰음식과 불교문화상품 개발의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현재 불교 문화포교의 현주소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 장르별로 점검해 보며, 문제점과 대안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음악=지난해까지만 해도 불황으로 다소 주춤했던 산사음악회가 올 가을에는 유난히 풍년이었다. 대구 법왕사를 비롯해 봉화 청량사, 진천 보탑사, 천안 성불사, 양평 사나사, 공주 영평사, 북한산 심곡암, 도봉산 도봉사 등 전국 30여개 사찰에서 열렸다. 활성화와 함께 장르도 다양화됐다. 찬불가를 비롯해, 국악, 클래식, 대중가요 등 열린음악회 형식의 크로스오버 스타일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제 산사음악회는 명실공히 문화포교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몇가지 문제점도 지적됐다. 우선 출연자가 인기가수에만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입이 없는 산사음악회의 예산이 턱없이 높아져 사찰측의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실제로 요즘 산사음악회의 단골 게스트인 J모씨의 1회 출연료가 4백만원~5백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획일적인 출연자들로 인해 산사에 식상한 멜로디가 울려퍼지기 보다는 신인 연주자들을 많이 발굴해 저렴한 비용으로 알찬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양평 사나사 주지 화암 스님은“템플스테이처럼 이제 산사음악회의 정보도 종단 차원에서 공유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운영 사찰에서 효율적으로 음악회를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미술= 불자 직장인 김홍식(35 ?KTF)씨는 주말마다 인사동 화랑골목으로 가족들과 함께 미술관 나들이를 간다. 회화, 조각, 금속 공예,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씨는 굳이 사찰을 배경으로 하는 그림이나 달마도가 아니더라도 공(空), 선(禪), 명상, 자아성찰, 열반 등 불교적인 소재의 전시회들이 예전에 비해 눈에 띠게 늘어난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인사동이 아니라도 이런 현상들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난 10월 5일 경기도 광주 영은 미술관에서 막을 내린 ‘공간의 여행 展’‘니르바나(열반)’를 주제로, 영화배우 출신의 강리나씨가 7월에 연‘3× 3=33’설치미술전은‘공’ 사상을 작품에 담았다. 이제 불교미술은 꼭 불자들 뿐만 아니라 비종교인들도 작품의 주제로 사용할 만큼 폭이 다양화되고 넓어졌다. 따라서 전시 공간도 미술관이나 갤러리 중심에서 벗어나 사찰에서도 경내에 미술 포교를 위해 다양한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 예로 템플 스테이 사찰로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강화 전등사에서는 소규모의 갤러리를 경내에 만들어 ‘산사그림전’등을 기획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궁인창 전등사 기획실장은 “경내에서 그림을 감상하면 산사의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관람객들에게 또다른 문화적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용= 불교 무용 공연은 다른 공연에 비해 국내 공연장에서 비인기 장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포교 무용가들도 많지 않은 편이다. 물론 승무나 작법무, 법고, 나비춤을 추는 전통 무용가들은 과거에 비해서 많이 늘어난 편이다. 하지만 현재 순수한 불교를 주제로 한 포교 무용을 표방하며 공연 하는 이들은 손재현, 이명미씨, 김민정씨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여기에 능화ㆍ법현ㆍ일초 스님 등 영산재 이수자들이 주축을 이루는 정도다. 그럼 왜 불교무용에는 객석 점유율이 타 공연에 비해서 낮은 것일까. 이런 현상에 대해 손재현 동국대 교수는 “다른 문화 장르들이 대부분 동서양이 결합한 퓨전 형식을 띠는 것처럼 포교 무용도 소재는 불교적 이지만 형식은 일반인들에게 인기있는 발레나 재즈댄스 등 현대무용을 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연극=지난 2월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는 불교 연극 한편이 무대에 올려졌다. 천안불교문화원장 원철 스님의‘붓다를 훔친 도둑’이 바로 그것이다.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불교 연극이기에 많은 이들이 주목했다. 더욱이 인기 연극배우인 이호재씨의 출연도 화제였다. 흥행에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탄탄한 작품 구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후 6월 박상륭씨의 소설‘평심(平心)’이 무대에 올려졌을 뿐 이렇다할 불교작품은 없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원철 스님은“연극계 자체가 저예산으로 열악한 현실이기 때문에 포교를 목적으로만 연극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극단 샘터의 유동훈 실장은 “요즘 관객들은 딱딱하고 난해한 소재의 연극에는 고개를 돌려 버린다”며 “연극 역시 불교적 소재를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각색한 탄탄한 시나리오를 통해 불교를 알리는 것이 포교 연극을 위한 대안으로 생각한다”고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