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대규모 박람회가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최됐다.
대한불교청년회, 녹색연합 등 37개 민간공익단체와 KT, 삼성전자 등 7개 기업 사회공헌팀이 참가, 10월 10일부터 3일간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Giving Expo 2003’는 비영리단체들의 활동내용 홍보를 통해 국내의 바람직한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자리였다.
대불청은 불교청년들의 활동이 특정 종교만이 아닌 불교적 수행을 통한 대사회적 개혁운동임을 알리기 위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터널구간 반대투쟁운동 등의 환경활동과 반전평화, 통일사업, 자원봉사활동 모습들을 전시했다. 또 불(佛)자 쓰기, 달마그리기, 경판 탁복하기 등의 다양한 참여프로그램을 진행해 많은 관람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불가에서는 자비의 마음으로 아무런 대가없이 남에게 베푸는 것을 보시라고 한다. 요즘에 보시란 말이 불사나 불공을 위해 신도들이 금품이나 재물을 내놓는 것으로 그 의미가 좁혀지고 있지만, 타인을 위한 마음내기가 모두 보시이다.
비영리단체들은 경제적, 힘의 논리에 편승하는 사회에 무비판적으로 뒤따라가는 시민들의 자각을 일깨우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활동비나 유지비 등의 재정확보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올바른 사회를 존속시켜 나가기 위한 보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비영리단체들 뿐만이 아니다.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서 하루를 빠듯이 살아가는 사람들부터 얼마 전 태풍 매미로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들까지 보시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사회에 팽배한 개인적 이기주의는 남을 위한 마음을 꽁꽁 얼려놓았다.
Giving Expo 2003는 그런 점에서 아주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시민들에게 비영리단체의 역할과 필요성을 알리고 전 사회적으로 기부, 즉 보시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박람회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성숙한 보시문화 정립을 위한 견인차로 역할하기를 기대해 본다.